ADVERTISEMENT

사랑방 자처하며 27년 … “단골과 언니·동생하며 지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창현양품 김명순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편(이응도)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온양온천시장에서 옷가게 창현양품을 운영하는 이응도(54)·김명순(55) 부부. 가게 위치가 중심상권도 아니고 도로변도 아니어서 지나가다 쉽게 들릴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손님위주로 단골장사를 해왔다. 그런 세월이 27년이다. 오랜 세월 찾아준 단골들이다 보니 대부분 나이가 지긋해졌다. 주인과 손님 관계가 아니라 같이 나이 들어가는 동생과 언니 관계로 세월을 보냈다. 가게가 사랑방 구실을 한 셈이다.

그래서 창현양품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편안한 마음으로 가게를 둘러보고 스스로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하는 데 익숙하다. 김씨는 “고객에게 옷을 사야 한다는 부담을 안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점심때가 되면 손님들과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한다. 특히 단골손님인 경우 서로 돌아가면서 점심을 낼 정도다. 시장경기가 바닥이라지만 창현양품만큼은 언제나 따뜻한 정이 흐른다.

김씨는 남편과 시누이가 함께 운영하던 가게를 결혼 후 넘겨받아 지금까지 운영해왔다. 젊을 때는 장사 경험도 없고 성격이 다혈질이라 손님들과 다툼도 있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장사에 이력이 붙고 나서는 손님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게 됐다.

상품은 서울 특히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해온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새벽에 올라가 아침에 내려온다. 김씨는 “오랜 기간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들의 취향을 잘 알게 됐다. 단골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찾아 구비하다 보니 꾸준히 매출이 늘게 됐다. 인터넷 쇼핑이나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층보다 단골 중심으로 고객관리를 해온 결과다. 김씨는 고객과의 약속은 꼭 지킨다. 고객이 주문한 옷은 약속한 날짜에 꼭 구해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도와주던 남편이 최근 건강이 나빠져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다. 부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가게를 지킬 것”이라면서 “정직하고 진솔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한다면 불경기도 극복할 수 있다. 지금처럼 ‘엉아들’(단골)과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늙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의 041-545-8459

글·사진=조명옥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