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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 소탐대실, 백100으로 대세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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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제7보(88~101)=흑▲로 따내자 흑도 아연 활기를 띠는군요. 흑을 포위한 백의 외곽이 마치 걸레쪽처럼 너덜거리지 않습니까. 다행히 백에겐 88이란 절대 팻감이 존재합니다. 최철한 9단이 용의주도하게 마련해 둔 귀중한 ‘총알’ 이지요. 89 받고 90 따내자 이번엔 흑이 고민에 휩싸입니다. 판 어디를 둘러봐도 절대 팻감이 없습니다. 두 수를 들여 상변을 돌파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는 하변이 몽땅 잡히는 손실을 만회할 수 없겠지요.

 ‘참고도’ 흑1로 잇고 버티는 수는 없을까요. 수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프로라면 이런 굴복을 치욕으로 여깁니다. 바둑이란 이런 식으로 굴복해서는 이겨지지 않는다는 ‘경험’ 때문이지요. 그렇더라도 막상 두면 어찌 될까요. 흑1 이으면 백2로 차단하고 흑3 따내면 백4 잇게 되는데 이 다음 흑은 둘 곳이 없군요. 흑은 A를 당해서도 안 되고 B 쪽을 막힐 수도 없습니다. 패도 남아 있네요. 도무지 다음 수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결국 미위팅 3단은 91에 패를 썼고 백은 노타임으로 92 따냈습니다. 93으로 살았지만 그야말로 패망선을 기어 넘은 비참한 삶인 반면 빵빵 따낸 백의 세력은 천하를 호령하는군요. 선수를 잡은 최철한은 우상의 맛을 이용해 94~98까지 얻어낸 다음(이 정도면 온건한 처리라 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100으로 달려갑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은 흑백 간에 세력의 분기점이었고 천하의 명당이었죠. 흑은 소탐대실했고 백은 이 한 수로 대세를 장악했습니다. 실패를 의식한 미위팅 3단이 101로 깊이 쳐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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