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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수조원 쏟고도 욕먹는 청년창업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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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지난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 젊은이 300여 명이 모였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과 창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만나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맺는 ‘고벤처포럼’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에인절 투자자들과 청년창업가들이 함께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에 관해 토론도 했다. 대통령 선거 전날이었던 만큼 토론은 참석자들이 18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걸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첫 발표자가 한 말은 “상식적이기만 하면 된다. 더 바라는 것 없다”였다. 둘째 발표자는 “차라리 정부에서 손을 떼는 게 도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다음 나선 이가 한 말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지금처럼은 아니다”였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꽤 많은 사업을 벌여왔다. 지원액도 상당했다. 올해만 1조6000억원 가까운 예산이 책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교육과학부 등 관련 기관도 많았다. 정부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하기엔 관련 사업이나 이벤트 목록이 너무 길다. 하지만 청년 창업가들이 느끼는 건 좀 다르다. 정부 지원이 자신들을 위한 게 아니라 각 기관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아 놓고 가르치려 들고, 숙제 검사하듯 보고서를 요구하는’ 지원이 오히려 비효율을 가져온다고도 했다.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이때 창업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은 미래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 그리고 꾸준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묻지마 정책’, 가령 5년 전의 가계통신비 20% 인하 공약이나 1인 창조기업 육성 정책이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돌아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벤처 전문 미디어 ‘벤처스퀘어’의 명승은(39) 대표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세상이 아니라, 어깨동무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토론회를 정리했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함께 고민하고 같이 걸어가는 ‘어깨동무’ 같은 정부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