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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서울교육감, 첫날 여고 화장실 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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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문용린 제19대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20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 교육감의 임기는 2014년 6월까지다. [박종근 기자]

문용린(65) 신임 서울시교육감은 20일 학교 방문으로 임기 첫날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오후 취임식이 끝난 뒤 곧바로 서울 성동구의 무학여고를 찾았다. 일반고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문 교육감은 “영어전문강사 예산을 지원해 달라” “수준별 수업을 확대해 달라” 등 교사들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동양식 변기에 악취가 나는 화장실을 둘러보며 “아직도 이렇게 학교 시설이 열악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과 시교육위원회 의원들을 만나 화장실 등 학교 시설 개선 협조를 부탁했다.

 그는 취임기념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수정과 학교 시설 예산 확보, 중1 시험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약 실현을 위해선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등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가 내세웠던 학생인권조례 손질이 대표적이다. 문 교육감은 후보 시절 “교권을 약화시키고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례를 개정하려면 시의회 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석의 3분의 2(114명 중 77명)를 갖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은 강경하다. 윤명화(민주당) 서울시의회 교육위 부위원장은 “만약 교육감이 의회와 상의도 없이 인권조례 개정안을 발의한다면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육감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소지품 검사 금지 등 교사의 생활지도에 장애가 되는 부분을 파악해 그 부분부터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에 필요한 화장실·냉난방시설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내년 무상급식·누리과정 확대 등으로 복지예산이 약 3600억원 늘어나면서 화장실 개선 등에 쓰이는 교육환경개선사업비가 올해 1810억원에서 내년 575억원으로 68.2%나 줄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설 예산을 확보하려면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교사 인건비 등 고정지출이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내년 중2까지 확대되는 무상급식 예산은 그대로 반영하겠다. 다만 2014년으로 예정된 중3 무상급식은 예산 상황을 고려해 1~2년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낙마에 따른 잔여 임기가 2014년 6월까지 1년6개월에 불과한 것도 부담이다. 중1 시험 폐지나 43학급 이상 대형 학교를 2~3개로 나누겠다는 공약은 교육과학기술부 훈령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학부모와 교원단체도 설득해야 한다.

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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