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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헤치고 새 코스모스 창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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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고 조영식 박사가 1964년 미래의 학생들을 위해 쓴 편지집. [사진 경희대]
조영식

지난 2월 타계한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1921~2012) 박사가 48년 전, 미래의 학생들을 위해 쓴 친필 편지 책자가 20일 처음 공개됐다. 조 박사는 경희대 개교 15주년인 1964년 10월 2일 편지집을 작성하며 당시 5개 단과대 재학생(1000명 추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사회에 대한 설문 내용도 함께 첨부했다.

 조 박사는 편지에서 “시대적 카오스를 헤치고 새로운 코스모스를 창조하려는 경희맨의 창의적 노력과 진취적 기상을 기대한다”며 “우리겨레와 인류사회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대학이 되도록 키워달라”고 밝혔다. 설문에선 “미래 세계와 한국, 경희의 먼 훗날을 생각하면 실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개교 50주년(1999년)과 100주년(2049년)의 전망을 물었다.

 조 박사는 “3차 대전은 발발할 것인지 우리의 숙원인 남북통일은 이뤄질 건지, 또 경희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시공간을 마음껏 달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보자”고 설문 취지를 설명했다.

 설문 결과 당시 대학생들은 35년 뒤인 1999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500달러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300달러가 28%로 가장 많았고 200달러(25%), 100달러(25%) 등 순이었다. 당시(1964년) 1인당 국민소득(한국은행 자료·GNI)은 120달러였고, 실제 1999년 1인당 국민소득은 9438달러였다. 학생들은 2049년도 500달러(29%), 400달러(25%), 300달러(25%)로 예측했다.

 학생 4명 중 1명은 ‘20세기 내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27%)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원인으로는 인구폭발과 식량난(41%), 사상적 대립과 지배욕(17%), 제3의 핵무기 보유국 출현(14%) 등을 꼽았다. 학생들의 65%는 ‘20세기 안에 통일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방식은 유엔 중재(28%), 남북협상(22%), 전쟁(21%) 등 이었다. 편지와 설문 내용은 지난 10월 조 박사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본관 학원장실 금고에서 발견됐다. 경희대는 21일 ‘매그놀리아 2012’ 행사에서 발견 유품을 공개한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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