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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가맹점 200만곳 수수료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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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봉천동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모(53)씨는 22일을 기다리고 있다. 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적용되면서 지금 2.41%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2.05%로 내려가기 때문. 그는 “재료 값은 오르는데 경쟁은 치열해 갈수록 마진이 줄어든다”며 “카드 수수료라도 5분의 1 정도 줄어든다니 그게 어디냐”고 말했다.

 22일이면 김씨 같은 자영업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국내 240만 개 신용카드 가맹점 중 200만 개 가맹점의 수수료가 내린다. 34만 개 가맹점은 지금과 같은 수수료를, 대형 가맹점 중심으로 6만 개 가맹점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게 된다.

 새 수수료율 체계의 핵심은 매출과 결제 건수가 적으면 수수료율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소액 결제가 많고 매출 규모도 크지 않아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밀리던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세탁소·화장품점·미용실·꽃집 등 자영업자가 많이 분포한 업종의 수수료율은 이번에 0.1~1.7%포인트 떨어진다.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업종은 세탁소다. 1만2000개 가맹점 중 1만1900개(99.2%)가 수수료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화장품점(6만4000개, 98.5%)과 미용실(7만4000개, 97.4%) 등도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폭넓게 받는다. 수수료율 인하 폭으로 따지면 유흥업소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 지금은 4.4%인 가맹점 수수료율이 2.7%로 떨어진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수수료 인하의 혜택이 매출액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업종별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과 관계없이 매출이 2억원을 넘지 않는 중소 가맹점은 9월부터 1.5%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매출이 2억원을 간신히 넘어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받지 못하는 ‘문턱 가맹점’이다. 금융 당국은 이들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 시점을 유예하기로 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2억원을 조금 넘는 사업체 8만여 곳은 매출이 뛰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1년6개월 동안 수수료 인상을 유예하고, 이 기간에 매출이 줄면 우대 수수료 혜택을 받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오르는 6만 개 가맹점은 병원·기업형 수퍼마켓·자동차제조업체·대형마트·통신사 등이다. 인상 폭은 0.1~0.6%포인트. 특히 막판까지 신용카드사와 힘겨루기를 하던 일부 대형 가맹점이 속속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KB국민카드와 기존 1.7%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2.0% 수준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현대카드 역시 현대자동차에 2.0%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형마트와 이동통신사도 21일까지는 협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의를 마치지 못한 일부 가맹점에는 일단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정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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