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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키"지킨 거룩한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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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진=본사 이량·이종완 기자·양정희 주재기자】『기수를 북으로 돌려라』는 북괴함정 (어뢰정2척, 쾌속정3척)의 위협을 무릅쓰고 선원6명의생명을 자기 한 생명과 바꾼 선장은 용감했다. 26일 하오3시30분 동해안 최첨단의 조그마한 어항 대진 앞 바다 동북쪽 약20「마일」해상에서 명태잡이를 하던 우리어선 신선호(9톤)가 북괴함정의 기관 포 집중사격을 받아 선장 여룡택(41·대진1구)씨가 사망하고 기관사 김규원(42·대진1구)씨, 선원김덕호(47·대진3구)씨 등 2명이 중상을 입은 어민 납북기도사전에 얽힌 인간애의 이야기는 슐픈 어항에 흐뭇한 화젯거리로 퍼지고있다.
○…이날 명태 작업을 하던 신선호는 상오 6시쯤 대진 항을 출발, 어로 저지선을 넘어 유순 휴전선 근방까지 접근했을 때 돌연 나타난 2척의 북괴 군함은 산10발의 기관 포를 위협발사 하면서 약 2백「야드」까지 접근, 기수를 북으로 돌리라고 위협했다.
겁에 질린 선원들이 벌벌 떨기만 하자 이성을 잃지 않은 선장 김룡택씨는 선원들을 모두 기관실로 대피시키고 기수를 약15도 회전시켜 북으로 따라 가는체 하면서 2척의 북괴함정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기수를 남으로 돌려 배에 묶어 고정시켜 놓고 전속력으로 달리게 했다.
○…이때 멀어져가던 북괴함정 사이에서 나타난 세척의 PT정은 일제히 기관포 문을 열어 비오듯 총탄을 퍼부으면서 맹렬히 추격했고 선장 김씨는 미처 피신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겁에 질려 숨만 죽이고 있던 선원들이 조용해진 사이에 배에 올라와 보았을 때는 선장 김씨는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이미 숨져있었고 뱃머리를 뚫고 들어온 총탄은 기관사 김규원씨의 오른쪽 팔, 김덕호씨의 왼쪽어깨를 각각 꿰뚫어 좁다란 갑판은 온통 피바다를 이루었으나 파도 한 점 없이 검푸른 바다는 조용하기만 했다.
○…선원생활20년의 김룡택 선장은 그의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어부생활을 해왔다. 성격은 강인하고 쾌활 한편. 한번 무슨 일을 잡으면 뿌리를 뽑고야마는 성미였다. 주문진읍 6구7반에 있는 그의 집에는 아버지 김동녹(65)씨와 어머니 김영장(58)씨, 처 이춘기(30)씨, 큰 아들일주(11)군, 2남 경주(4)군, 장녀 미자(9)양 등 6식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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