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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컨텐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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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부통령의 장기 유고에 따라 민주당 소속 여성 상원의원이 미국 최초로 새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다.

그런데 하원 인사청문회 통과가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넘버 투'에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는 보수파 의원들의 편견이다. 여성의 성공을 눈 뜨고 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청문회 위원장인 공화당 의원(게리 올드먼)은 그녀를 끌어내리려고 각종 흑색 선전을 퍼뜨린다. 심지어 미확인된 섹스 스캔들을 들고 나온다.

부통령 지명자가 대학 시절 남학생과 난교파티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관련 정보를 흘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증인들도 청문회장에 불러낸다. 하지만 확증은 없다.

'컨텐더'(감독 로드 루리)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정치 스릴러다. 진상을 밝히라는 보수 진영의 거센 요구와 여기 편승해 각종 루머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는 황색 저널리즘에 맞서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당찬 여류정치인 핸슨(조언 앨런)의 고달픈 투쟁을 담고 있다.

주위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지키는 '정도의 정치인'을 부각하는 것이다. '컨텐더'의 장점은 거기까지다. 메시지는 선명하나 공감대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보수와 진보, 여성과 남성, 공적 역할과 사생활의 이분법이 확연한 까닭에 개론 수준의 정치학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정당간의 파워 게임,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국회 등 정치권의 실상을 실감나게 보여주나 필요 이상으로 주제가 부각된 탓에 영화적 설득력은 반감된다.

특히 막판 '정의의 승리'를 힘주어 외치는 현직 대통령(제프 브리지스)의 연설은 꽤나 당혹스럽다. 역시 '위대한 미국'을 설교하는 듯하다. 1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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