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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2650명에 장학금 전액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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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126년을 걸어오는 동안 한국 여성의 지위가 많이 달라졌다. 사회 속에서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여성이 완전한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제 여성이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때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보다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여성이 해야 한다. 또한 한국 사회 속에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세계 속에서 그 몫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화가 ‘글로벌 여성 교육의 허브’라는 비전을 수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고, 학생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키울 것이다. 학생들은 이화에서 학문성과 전문성을 갖춘 후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이화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했는가.

“이화의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졸업 후에는 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도전적인 여성이 된다. 이화의 특별한 리더십 교육 덕분이다. 이화는 내년부터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소통과 나눔 교육을 위해 교양 교육을 개편한다. ‘나눔 리더십’이라는 과목인데, 일반적인 리더십이 아닌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고 사회 변화 속에서 소통하며 사람 중심의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한다. 사회 변화에 따른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 다문화적인 감수성과 언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고전 읽기와 글쓰기’ 과목도 신설된다.”

-인성교육에도 관심이 크신 것으로 안다.

“‘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내년부터 200명 규모로 시범 운영된다. 기숙사가 완공되는 2015년에는 모든 1학년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기숙사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교육 공간으로 확장돼 리더십 함양, 봉사활동,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1학년 때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 낭비를 하는데 이화에서는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번 겨울방학에 50명의 ‘RC 글로벌 학생 기획단’이 레지덴셜 칼리지의 역사가 깊은 영국·미국 등지의 대학을 탐방하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국제화 교육의 차별성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제도가 있는가.

“학생들은 재학기간 중 외국에 나가 공부할 기회가 더 다양해졌다. 그 중 하나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인문과학대학 7+1 Abroad’ 프로그램이다. 중어중문학·영어영문학·불어불문학·독어독문학 등 외국어 문학 전공 학생들은 8개 학기 중 1학기(2학년 2학기)를 해당 언어 사용 국가의 대학에 파견돼 학점을 이수한다. 외국어 집중 교육과 함께 국제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글로벌 시민정신을 기를 수 있다.”

-장학금 혜택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2011년 적립금 중 3분의 1인 2130억 원을 장학기금을 조성해 더 많은 학생들이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약 2650명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학비는 물론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화에는 생활비와 기숙사까지 제공하는 ‘미래인재장학금’이 있는데, 수혜 학생은 졸업 후 수익이 생기면 자신이 받은 혜택을 후배에게 돌려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화가 처음 시작해 다른 학교에서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을 차세대 리더로 길러내고 있다. ‘나눔’이란 이화의 교육철학에서 나온 것인가.

 “이화는 126년 전 메리 F. 스크랜튼이라는 한 명의 선교사에서 시작해 오늘날 25000여 명의 학생, 19만의 졸업생, 11개의 단과대, 15개 대학원 등 세계 규모의 여자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이제 이화가 받은 것을 되돌려주려 한다. 어려운 나라 여성들이 이화에서 교육을 받고 가치를 함양해 자기 나라에 돌아갔을 때 스크랜튼 여사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2006년에 출발한 ‘이화글로벌파트너십프로그램(EGPP)’에 개발도상국 여성 140여 명이 입학해 현재 18개국 56명이 졸업을 했다. 이들은 장학금 전액과 생활비 지원을 받으며 공부한다. 올해 시작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은 제3세계 국가에서 NGO 활동을 하는 여성을 초청해 전액 장학금을 주고 리더십 교육을 한다. 국제대학원 ‘이화-KOICA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의 여성 공무원들이 공부하고 있다.”

-중앙일보 2012 대학평가에서 수학·물리학·환경공학과가 최상위 성적을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화의 과학적 역량은 이미 세계 수준이다. ‘한국의 노벨과학상을 이화에서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 10월 초대형 국책과제인 교육과학기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선정하는 연구단을 유치했다. 응집물질·물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 가브리엘 애플리 교수가 기초과학연구단의 단장으로 선정돼, 향후 10년간 최대 1000억 원의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올 4월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 서부센터 설립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화는 기초과학연구의 세계적 연구 거점이자 세계 석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초과학 연구의 국제적 역량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적인 화학그룹 솔베이와 R&D센터를 건립중이라고 들었다.

 “지난해 5월 솔베이가 총 2150만 달러를 이화에 투자했다. 솔베이는 40여 개국과 공동연구를 하는 다국적 기업인데, 대학에 R&D센터를 건립한 것은 이화가 유일하다. 솔베이는 ‘미래의 과학 인력은 여성’이라는 신념을 가진 회사다. 이화와 뜻이 같다. 과학자 마리 퀴리는 100여 년 전 솔베이 포럼에서 활동한 유일한 여성이었다. 솔베이 회장이 ‘이화에서 제2의 마리 퀴리가 탄생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솔베이 R&D센터가 완공되면 이화의 교수·학생들과 협력하게 된다. 우리 학생들이 솔베이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경험하길 바란다.”

-이화여대의 발전 속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내가 이화를 다녔던 40여 년 전과 지금은 교육·연구 환경이 많이 다르다. 특히 국제화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 이화는 1970년대초 이미 국제하계대학을 열고 국제화에 나섰다. 현재 총 2200여 강좌 중 30%가 외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환학생들의 국적도 타대학에 비해 다양해 학생들은 국제적 감각을 기를 수 있다. 미래 사회를 책임지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학생들은 글로벌 캠퍼스인 이화로 오길 바란다. 이화는 학생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키워 발휘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대학이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김선욱 총장

- 1975년 이화여대 법학과 졸업, 1977년 이화여대 대학원 공법 전공 석사, 1988년 독일 콘스탄츠법학대학 행정법 박사
-1995년부터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 2010년 8월 이화여대 14대 총장 취임
-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원장, 법제처장, 한국젠더법학회 회장 역임
- 현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사,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 이사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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