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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노출량 최대 60% 줄인 고화질 영상진단기기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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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지난달 25~30일 미국 시카고 매코믹플레이스에서 ‘제98회 북미방사선학회(RSNA)’가 열렸다. 매년 6만여 명의 참관객이 모이는 세계 최대의 방사선학 행사다. 올해는 680여 곳의 의료기기 업체가 참여해 다양한 영상진단장비를 선보였다. 이번 학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환자 우선(patient first)’. 영상진단기기의 최신 경향과 진화를 보여준 RSNA를 찾았다.

지멘스 헬스케어의 디지털 X선 ‘모빌렛 미라’. 어린이 환자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기린 모양으로 디자인 됐다. [시카고=오경아 기자]

소음은 확 줄이고, 영상진단 정확성은 높이고

영상진단의 관건은 선명한 영상이다. 최근에는 환자의 안전성과 편리성이 강조됐다. 이번 학회에 참여한 고대구로병원 영상의학과 이창희 교수는 “올해의 주제는 환자 안전”이라며 “진단장비의 소음이나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는 등 환자 중심의 영상장비가 대거 등장했다”고 말했다.

 CT(컴퓨터단층촬영)는 방사선의 한 종류인 X선을 사용해 인체 내부를 영상화한다. 흉부·복부·심장 CT촬영 시 대략 5~15mSv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방사선을 많이 사용할수록 영상이 선명해진다.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들은 방사선 노출량을 줄이면서 선명한 영상을 얻는 제품을 공개했다. 지멘스 헬스케어의 ‘소마톰 퍼스펙티브’는 방사선량을 최대 60%까지 낮췄다. 반면 기초자료를 기반으로 반복·재구성하는 ‘사파이어(SAFIRE)’기술을 적용해 영상 품질을 높였다. 이번에 업그레이드 된 유방촬영시스템 ‘맘모맷 인스퍼레이션 프라임 에디션’은 영상 재구성 기법을 활용해 영상 품질은 유지하되 방사선량을 30%까지 낮췄다.

 필립스도 저선량·고품질 영상을 구현한 ‘아이도스4 프리미엄 패키지’를 선보였다. 아이도스4는 반복적인 재구성을 통해 CT영상의 해상도를 향상시킨다. 인공관절과 같은 삽입물로 인한 음영을 줄여주는 O-MAR 기술도 추가됐다. GE헬스케어는 저선량솔루션을 탑재한 ‘옵티마 CT660’를 선보였다. 1mSv이하로도 심장·신경·흉부 촬영이 가능하다.

환자의 공포·두려움까지도 고려

자기장을 이용하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는 촬영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공포감이 심하다. 이창희 교수는 “복부검사 시 CT는 3분여 걸리지만 MRI는 15~30분 동안 좁은 통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소음·공간 협소함으로 환자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해GE헬스케어는 ‘환자 친화적 MR(Humanizing MR)’을 출시했다. ‘사일런트 스캔’ 기술을 통해 소음을 대폭 줄였다. 기존 MRI는 110데시벨(㏈) 수준(지하철, 헬리콥터 소음)의 소음이 발생했지만 사일런트 스캔은 77데시벨 수준이다. 또 환자가 촬영 장비에 들어갈 때 머리가 아닌 발부터 들어가도록 해 두려움을 없앴다.

 디지털 X선 ‘모빌렛 미라’(지멘스 헬스케어)는 어린이 환자에게 친근감을 주도록 기린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무선 시스템이어서 겁 많은 어린이는 검사실이 아닌 원하는 장소에서 촬영할 수 있다.

 환자가 원하는 그림·사진으로 검사실 벽면이 바뀌거나 환자 기호에 따라 촬영 장비의 색상을 바꾸는 기술도 선보였다. 환자가 편안한 심리상태에서 검사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 지멘스헬스케어 박현구 대표는 “환자를 배려한 의료기기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T기술과 접목한 영상 진단 스마트해져

무선 초음파 진단기 ‘아쿠손 프리스타일(지멘스)’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모니터로 이미지를 전송하는 기능을 트랜스듀서(의료진이 손에 잡고 환자 몸에 문지르는 장비)에 탑재했다. 모니터와 트랜스듀서를 연결하는 선이 없어지면서 이동이 쉬워졌다. 경기장·구급차·응급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무선 트랜스듀서는 알코올·물 등에 직접 담가 소독한다. 마취·중환자 관리·응급치료 등 무균 환경을 요하는 임상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영상 진단 결과를 스마트폰·태블릿PC로 확인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국내 업체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의료와 IT를 접목한 ‘팩스(PACS)’를 선보였다. 진단 영상을 언제·어디서나 조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X선·CT·MRI로 촬영한 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컴퓨터·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전송한다. 지멘스의 싱고비아(Syngo.via)도 같은 맥락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치료실·병실에서 환자의 영상 정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병원 내 네트워크만 허용된다면 병원 외부에서도 환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빠르고 편리하게 진단을 받는다.

시카고=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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