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땅 임의처분 대법 “횡령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2.12.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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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모씨는 1991년 지인 유모(65)씨를 전면에 내세워 심모씨에게서 충남 천안시 땅 2922㎡를 사들였다. 소유권 이전 등기도 유씨 명의로 마쳤다. 박씨가 유씨에게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을 한 것이다. 박씨는 95년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후에도 명의를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다 유씨가 2008년 시가 6억6300만원의 이 땅에 채권최고액 3억66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사실을 알고는 유씨를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유씨의 횡령 혐의는 유죄”라며 징역 2년을, 2심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3부는 원심을 깨고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박씨가 유씨 명의로 땅을 산다는 사실을 원 소유주인 심씨가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악의(惡意)의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등기 자체가 무효라서 땅의 소유권자는 심씨이고 명의 수탁자인 유씨에겐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땅을 판 사람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수탁자가 땅을 임의로 처분한 것을 횡령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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