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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부산 동서대 장제국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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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산역 출구 계단에는 ‘상상 실현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는 문구와 함께 임권택 감독이 등장하는 대형 광고가 있다. 1992년 개교해 올 9월 창학 20주년을 맞은 동서대(부산시 사상구 주례동)의 광고다. 이 대학엔 임 감독 이름을 딴 단과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영화예술인을 기르자”며 동서대와 임 감독이 손잡고 2008년 만들었다. 동서대는 젊은 대학이지만 올 3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에 선정되는 등 발전 속도가 빠르다. 장제국(48) 총장은 7일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을 강의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강의를 전부 촬영해 학생들에게 학기 전 제공하고 실제 수업은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교과과정을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임했으며 인터뷰는 총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LINC 대학 선정 등 성과가 많다.

 “착실하게 성장해온 대학이라 자부한다. 올해 수시 2차 모집 경쟁률이 12.7 대 1이었다. 국·공립대를 포함해 부산 전체 12개 대학 중 가장 높다. 영화영상·정보기술(IT)·디자인 등의 분야를 특성화해 발전시켜온 덕분이다. 최근 4년간 취업률도 졸업생 2000~3000명 그룹으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4년 연속 1위다.”

 -20년 역사인데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

 “특성화·국제화·정보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교과과정을 차별화했다. 일부 대학 교수는 수년 묵은 교과서를 가지고 강의를 하기도 한다. 대학생들이 이런 강의를 듣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 대학은 내년부터 강의시스템을 확 바꾸려 한다.”

 -교과서 위주의 강의를 어떻게 바꾸나.

 “방학 중 교수들의 한 학기 강의를 모두 촬영해 학기 시작 전 인터넷에 올릴 것이다. 대신 수업은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한다. 물류학과부터 내년에 시작해 성과가 좋으면 전체 학과로 확대한다.”

 장 총장은 학생들과 소통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전체 재학생 1만 명 중 4900명이 친구로 등록해 있다. 인터뷰 중에도 학생 입장에서 대학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수들 반발이 적지 않을 텐데.

 “물론이다. 그간 대학에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보다는 교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위주로 가르쳐 왔다. 교수의 전공과 학과가 대학 안에서 견고한 칸막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면 융·복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어렵다. 다행히 우리는 학교·총장·교수가 모두 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혁하기가 용이하다. 간판 학부인 디자인학부를 시작으로 내후년을 목표로 학과 구분을 없앨 것이다.”

 -학과 구분 없어지면 교육이 어떻게 달라지나.

 “산업·시각·환경·패션 디자인 등 4개 학과를 통폐합하고 커뮤니케이션·크리에이티브광고 루트(route·실무형 전공 진로) 등 8개 루트를 개설한다. 학교 인근의 빈 가정집들을 여러 채 사들였다. 루트별로 집 한 채를 주고 1층은 전시실, 2층은 작업실로 활용하게 할 것이다. 학생들은 특정 학과에 속할 때보다 다양한 공부와 실습을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루트 학생들은 디자인 말고도 IT와 마케팅을 함께 배우게 된다. 작품활동 경력 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졸업하게 될 것이다.”

 -지방 대학이란 한계도 있는데.

 “그래서 차별화가 절실하다. 수도권대학 출신자들이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선단호송식’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 대학들이 수도권 대학처럼만 가르쳐선 안 된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봐라. 우리 대학은 부산에 있지만 서울 충무로의 쟁쟁한 실력가들이 직접 와서 가르친다. 임 감독의 영화 등에 우리 학생들이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는 이유다.”

 미국·일본 두 나라에서 유학한 장 총장은 국제화도 강조했다. 동서대는 올 10월 아시아 17개국 68개 대학 총장이 참여하는 ‘아시아대학총장포럼’도 유치했다. 이 포럼에서 장 총장은 이들 대학이 참여하는 ‘아시아 서머 스쿨’을 제안해 내년 여름에 동서대에 유치했다.

 -아시아 서머스쿨은 어떤 것인가.

 “포럼 참가 대학 중 60곳에서 영어 강의가 가능한 교수 한 명씩을 여름방학 기간에 지원한다. 17개국에서 각각 10∼20명의 대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와서 3주간 무료 강의를 듣는다. 소속 대학으로부터 3∼6학점을 인정받는다. 이를 통해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 동서대 학생들이 한국에서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인정받는 인재가 됐으면 한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장제국 총장은=196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학사(87년)와 석사(정치학)를 했다. 93년 미국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2년간 일본 이토추 상사 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2001년 게이오(慶應)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2003년 동서대 교수(국제학부)로 부임해 부총장(2007∼2011)을 거쳤다. 동서대 설립자 장성만(80) 박사의 장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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