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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에너지 기업 넥센 중국, 17조원 주고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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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국이 캐나다의 에너지 기업 넥센을 인수했다. 인수가 151억 달러(약 17조원)로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달 당대회에서 밝힌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신(新)에너지 정책의 일환이다. 중화부흥(中華復興)을 노리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국가전략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왕이린(王宜林) 이사장은 8일 캐나다 정부가 넥센 인수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도 CNOOC의 넥센 인수를 확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인수가는 지난 7월 양측이 인수 합의할 당시 주가에 61%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또 현재의 캐나다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캐나다 기업의 중국 진출을 대폭 확대하며, 본사는 캐나다 캘거리에 그대로 둔다는 조건이다.

 중국이 2008년 이후 20여 개 해외 에너지 업체를 사들였지만 이번 넥센 인수는 세 가지 면에서 다른 의미가 있다. 우선 갓 출범한 시진핑 체제가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넥센은 캐나다 최대 석유프로젝트인 앨버타주 롱레이크 오일샌드를 비롯해 멕시코만과 걸프만·북해·나이지리아 등지에 유전과 가스를 개발하고 있다. 중동과 남미에 편중됐던 에너지 확보 거점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중국은 산유국이지만 지난해 말 현재 원유 소비의 절반인 2억t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에는 원유 에너지 의존도가 더욱 커지며 전체 소비의 75%인 5억t을 수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11년 22억5000만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해 21억7000만t을 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 됐다.

 둘째, 신에너지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셰일가스(퇴적암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미래 에너지로 불리는 셰일가스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에너지업체들이 개발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석유화공집단(SINOPEC)도 올 초 미국의 에너지기업 데번의 셰일가스 지분 3분의1을 24억 달러에 사들였다.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미국의 1.5배로 추정되고 있지만 채굴 기술이 없어 개발을 못하고 있다. 앞서 CNOOC는 2005년 에너지 개발 최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석유회사 유노콜을 185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의회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셋째, 시진핑 체제하에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훨씬 활발해질 것이란 점이다. 캐나다 정부도 당초 중국 기업의 넥센 인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캐나다 기업의 중국 진출 문호를 대폭 열고 기업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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