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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나무를 깎으며 세상에 이야기 거는 남자, 김진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진송(53)씨는 『현대성의 형성: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1999)라는 책으로 이름난 예술기획자였다. 1997년 경기도 남양주의 집 창고에 쌓아둔 버려진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소파가 있어도 바닥에 앉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등받이’ 등 세상에 둘도 없는 가구를 깎아 만들며 ‘목수 김씨’가 됐다. 가끔은 쓸모 없는 것들, 가령 목각 인형 따위도 만들었다. 인형 만드는 기술은 진화해 이제는 정교한 태엽장치로 돌아가는 ‘움직인형’(automata)을 들고 나타났다.

 김씨가 ‘상상의 웜홀-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전을 연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내년 1월 27일까지다. 이야기를 붙인 100여 점의 나무 조각과 철 조각, 움직이는 인형 30여 점, 그리고 이들을 ‘출연시켜’ 직접 만든 영상 작업 20여 점을 내놓았다. 책의 바다로 뛰어드는 소년, 하염없이 술을 마시는 노인, 끔찍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비밀의 집, 지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남녀 등 인형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시가 단순히 ‘아동용’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벌레 먹은 나무를 다루며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도 됐다는 그는 “상상력이란 타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는 태도”라고 말한다.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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