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부산·서울 … 부임지마다 금품·향응 받은 김광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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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광준(51·사법연수원 20기) 서울고검 검사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모두 아홉 군데 부임지를 옮겨 다녔다. 그는 거의 모든 근무지에서 업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7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기업과 다단계 사기범 측근 등에게서 10억36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김 검사를 구속 기소했다. 검사의 수뢰 규모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특임검사팀은 범죄수익 회수를 위해 김 검사의 아파트와 승용차 등 재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조치를 했다.

 특임검사팀은 또 김 검사에게 돈을 준 유진그룹 유경선(57) 회장 형제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 검사의 권유로 유진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했던 후배 검사 3명에 대해서는 미공개정보 이용 부분은 무혐의 처리했으나 품위 손상을 이유로 대검 감찰본부에 감찰을 의뢰했다.

 특임검사팀에 따르면 김 검사는 그동안 각종 내사·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6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지속적으로 돈을 받았다. 대구지검 포항지청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2005년 6월 지역 철강업체 대표 이모씨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이씨에게서 최근까지 모두 5400만원을 받았다.

 2007년 부산지검 특수부장 때는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씨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돈을 받는 등 더욱 대담해졌다. 사무실 여직원의 계좌를 이용해 1억원을 받기도 했다. 이듬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에 발탁된 김 검사는 거칠 것이 없었다. 2008~2010년 유진그룹 유 회장과 동생 유순태(46) EM미디어 대표로부터 5억4000만원을 수표로 받는 등 5억93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2008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5)씨의 측근이자 자신의 고교 동창인 강모(51·해외도피 중)씨에게서 2억7000만원을 받았고 같은 해 말 특수 2부의 수사 대상이던 KTF의 홍보실장과 함께 홍콩·마카오 여행을 같이 가 667만원 상당의 골프 경비 등을 제공받았다. 김 검사는 또 전 국정원 직원 부인인 김모(51)씨에게서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8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검사는 뇌물로 받은 돈 대부분을 주식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특임검사팀은 밝혔다.

이동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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