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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리든 훔치든 꼭 사야 할 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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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30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었다. 한국 유니버설 뮤직은 전후 독일 음악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카라얀의 60년대 녹음을 모은 ‘카라얀60’ 앨범을 기획했다. [사진 유니버설 뮤직]

“남편의 작업을 기록으로 남겨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

 지난 10월, 한국 유니버설 뮤직에 솔티재단(Solti Foundation)을 이끌고 있는 발레리 솔티로부터 짧은 편지가 도착했다. 발레리 솔티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1912~97)의 미망인이다.

 발레리 솔티가 감사의 인사를 전한 이유는 한국 유니버설 뮤직이 올해 발매한 ‘솔티 탄생 100주년 기념 앨범’ 때문이다. 유니버설은 솔티가 1970년대에 녹음한 관현악곡을 CD 53장에 담았고 국내를 비롯해 일본·홍콩 등에 수출해 3000세트 이상 판매했다. ‘1000장 팔리면 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축된 음반 업계에선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우리 클래식 음반도 외국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클래식 한류’의 또 다른 물꼬를 튼 한국 유니버설 뮤직 클래식 부문 송현수 상무와 이용식 본부장, 이지연·이유겸 대리를 4일 만났다.

한국 유니버설 뮤직 클래식 부문 직원들이 4일 음반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클래식 하면 외국음반을 떠올리는 게 상식이다. 기획력의 승리랄까, 한국 클래식 음반이 해외에서 먹히는 이유는 뭔가.

 송현수=서양 음반사에서 기획하는 컴필레이션(여러 곡을 특정 분류에 따라 모은 앨범)은 한 음악가의 작품을 간추린 ‘다이제스트’ 형식이었다. 한국 등 동양적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에선 뿌리를 찾는 욕구가 강한데 한국 사람들은 한 음악가의 발전기, 전성기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전체를 아울러서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대별 음반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

 이용식=우리가 내놓은 음반은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 동안 감춰졌던 음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

 시작은 지난해 발매한 ‘카라얀60’ 앨범이었다. 독일 출신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89)의 60년대 음악을 82장의 CD에 담았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 지휘자로 몸담으며 세계 음악을 이끌었던 시기다.

 유니버설 뮤직의 산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은 올해 ‘카라얀60’ 기획을 그대로 가져가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영국 음악평론가 데이비드 멜러(David Mellor)는 “돈을 빌리든 훔치든 간에 이 앨범은 꼭 사야 한다”고 극찬했다. ‘카라얀60’ 앨범은 유니버설 본사 클래식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음반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카라얀60’은 얼마 동안 진행했나.

 이유겸=기획에서 발매까지 9개월 정도 걸렸다. LP 초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작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힘든 점이 있었다면.

 이지연=독일 베를린에 있는 도이치 그라모폰 본사에 초판 LP 커버를 요청했다. 담당자들이 먼지 쌓인 창고를 뒤져 앨범을 찾았고 스캔을 떠서 넘겨 받았다. 나중에 인쇄를 하기 위해 사진 크기를 줄였는데 글자가 뭉개졌다. 이를 살리기 위해 뭉개진 글자를 하나씩 다 찾아내 색을 칠했다.

 유니버설 본사는 한국에서 작업한 앨범 파일을 그대로 가져갔다. 한국 유니버설은 최근 본사가 인수한 미국의 앨범 레이블 ‘웨스터민스터’가 50~60년대 녹음한 앨범을 디지털 작업을 거쳐 다시 내놨다. 절판돼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을 정리해 다시 발표한 것이다. 이 앨범은 4000세트 가까이 판매됐다.

한국 유니버설은 여세를 몰아 ‘카라얀70’ 시리즈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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