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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FC 강등됐지만 5만 홈구장 꽉꽉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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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슈미츠 홍보팀장

“쾰른 시민들에게 쾰른 FC는 쾰른 대성당 같은 존재다.”

 토비아스 슈미츠(37) 쾰른 FC 홍보팀장이 “K-리그 몇몇 구단은 2부리그로 강등되면 ‘팀을 해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는 기자의 설명에 깜짝 놀라 건넨 대답이다. 22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슈미츠 팀장은 “하부리그로 강등된다고 팀을 없앤다는 건 독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쾰른 FC는 2부리그 클럽이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17위에 그쳐 통산 5번째로 강등됐다. 1962년 분데스리가 창설 멤버지만 최근엔 1·2부를 오르내리는 신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 클럽 전체 인기 순위에서는 6위권을 지키고 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쾰른의 홈구장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 관중 점유율은 2부리그 경기임에도 여전히 90%에 육박한다.

공식 서포터스(유료 회원) 5만5000명, 전국의 팬 400만 명이 변함없이 쾰른 FC를 지지하고 있다.

 슈미츠 팀장은 “구단과 선수, 팬들 모두 다시 1부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아래 똘똘 뭉쳐 있다. 독일 2부리그 이하 대다수 클럽도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쾰른은 승격과 강등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관련 노하우를 차곡차곡 정리해 매뉴얼화했다. 하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팬들을 위한 행사에는 지출을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쾰른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간판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7)를 아스널(잉글랜드)로 이적시킨 것을 포함해 44건의 이적을 성사시켰다. 몸값 비싼 선수들을 팔고 유망주들을 데려와 빈자리를 메웠다. 팬들을 위해 시즌 티켓 가격을 20% 할인하는 대신 스킨십 마케팅은 더욱 강화했다.

 이날 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북한대표팀 출신 쾰른 공격수 정대세(28)는 “선수들 모두 다음 시즌 1부리그로 올라가자는 열의와 희망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쾰른 팬 레오니 뮬러(67)는 “자식이 성적 부진으로 학교에서 1년 유급을 당했다고 그 아이를 쫓아낼 부모는 없다. 그럴 땐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하다”는 말로 강등팀을 대하는 팬의 심정을 설명했다.

슈미츠 팀장은 “해체를 논하는 K-리그 몇몇 팀도 독일 2부리그 이하 팀들처럼 절망보다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쾰른(독일)=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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