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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북한 미사일은 나로호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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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나로호와 같다”라는 입장을 냈다. 한국 사람인지, 북한 사람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황당함을 느낀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고, 핵실험도 했다. 그런 북한이 이제 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에 불안을 가중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사하려는 북한의 공격형 미사일이 어떻게 인공위성을 우주 공간에 쏘아올리려는 한국의 나로호와 같은가?

 북한의 미사일은 하이드라진이라는 연료를 쓰고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를 사용하는데 이 물질들은 상온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미사일로 전용하는 것이 훨씬 쉽다. 맹독성 연료라 흡입하기만 해도 치명적이어서 방독면을 쓰고 작업해야 할 정도다. 중국은 이 연료를 사용하다가 로켓이 추락하며 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수많은 사상자가 난 적도 있다.

 나로호는 연료로 액체 케로신을 쓰고 산화제로는 비등점이 영하 185도의 극저온 액체산소를 쓴다. 그 때문에 군사용으로의 전환이 어렵다. 오로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한 로켓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이라고 아무리 강변해도 두 가지 관점에서 미사일이 분명하다. 첫째는 인공위성 운용능력이 없는 북한이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린다고 하는데 북한의 인공위성은 무게가 50~100㎏ 정도로 실용적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경제력이 없는 북한이다.

 한국은 아리랑 위성과 천리안 위성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무게 1t이 넘는 인공위성이다. 일기예보를 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얻고 지구 자원의 관측과 북한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은 아직 독자적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로켓이 없어 거액을 지급하며 프랑스나 일본에 대리발사를 부탁하고 있다. 쓸모가 있는 실용위성이기 때문에 돈을 들여가며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나로호에 실릴 인공위성은 무게 100㎏으로 과학위성이다. 과학실험을 하는 조그마한 위성이고 한국형 로켓을 개발하기 위한 이전 단계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지 실용성은 거의 없다.

 빈곤한 북한이 실용위성도 아닌 과학위성을 거액을 들여가며 발사할 이유는 없다. 지난 4월 북한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을 때 이 광경을 지켜본 일본의 H-2 로켓 개발 총책임자 고다이 도미후미(五代富文) 박사는 북한이 공개한 인공위성 사진을 보며 마치 1960년대의 아무 쓸모없는 인공위성의 모습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북한이 말하는 로켓은 미사일이 분명하다.

 둘째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핵무기 개발과 연결돼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걱정하는 이유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기술로 볼 때 지구 저궤도에 200㎏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면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 능력을 보유했다고 판단한다.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하는 이유는 사정거리를 늘리는 동시에 핵무기 탄두 무게를 줄이는 작업에 한계가 있어 미사일 추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실력과 핵탄두의 소형화가 결합하는 날 한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군사적 위협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반드시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무기 개발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핵무기의 소형화 가능성은 커지고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점점 길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인 미사일과 핵무기의 위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김 경 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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