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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민주화·산업화 한데 녹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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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진현 위원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달 하순 개관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박물관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현대사의 발전상을 기릴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일부 좌파 역사학자들이 전시 내용의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관장을 뽑지 못해 현재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학민국역사박물관은 서울 세종로 옛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에 들어선다. 김진현(76) 건립위원장을 4일 박물관 7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2009년 봄 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지금까지 실무작업을 지휘해왔다.

 -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빙그레 웃으며)고생 많이 했다. 전시 내용을 두고 좌파와 우파 역사학자가 대립하고, 좌파와 우파 각각 내부 갈등이 있었다. 일부 언론, 정치권도 가세했다. 하지만 열심히 설득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전시 내용을 둘러싼 역사 논쟁, 이념 논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격렬하지는 않을 거다. 진보 진영 학자들도 이제 과거 좌파 도그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차츰 통합적으로 가고 있다.”

 -박물관의 전시철학이 있다면.

 “통합성과 지속성이다. 정치·경제·문화 중 어느 하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일원론적 해석, 누구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는 식의 영웅사관을 배제하려 했다. 대신 국민 전체의 역량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통합적 시각을 반영하도록 했다. 박정희는 경제를 일으켰고, 김대중은 민주화를 이뤘고, 하는 식의 분절적 시각도 옳지 않다. 중간중간 후퇴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발전의 연속이었다는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 그런 생각이 전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나.

 “대한민국 역사를 태동기·건국기에 이어 ‘발전기’로 시대 구분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 시대로 통합한 거다. 둘은 연결된 것으로 봐야지 나눠 놓으면 자칫 대척적이 될 수 있다. 말은 간단하지만 고민 많이 했다. 몇 날 며칠을 궁리했다.”

 -10월 국감에서 DJ 노벨상 수상 사실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들어가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10·4 공동선언(2007년)도 마찬가지로 포함돼 있다. 계량적으로 접근해 균형·불균형을 따지면 끝이 없다. 그렇게 따지면 최근 대통령일수록 소개할 내용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진 몇 장밖에 없을 거다. 시각에 따라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외국에도 이런 박물관이 있나.

 “거의 없다. 폴란드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저항한 기록을 기리는 박물관을 준비하는 정도다. 한국은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130여 개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혁명적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다. 경제적 성공뿐 아니라 정치적 자유, 민주주의 지수 등에서 해외 공신력 있는 기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체제를 부정하고 국가에 적대적인 사람들도 제도권 안으로 끌어 들여 포용하지 않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스웨덴·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3위다. 더 이상 제3세계 국가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어떤 분야는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 누구든 한국의 현대사를 보면 현대 사회의 문명사적 변화를 실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과제가 남아 있다면.

 “중도적·통합적·거시적 시각을 갖춘 분들이 관장 등 박물관 주변에 포진해야 한다. 그래야 중심을 잡고 굴러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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