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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희망과 감동 준 스포츠 영웅 박찬호, 땀은 정직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땀을 뚝뚝 흘리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뤄가는 운동 선수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내 생활을 반성하게 되곤 하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 전 스포츠 영웅 한 사람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지난달 29일 은퇴를 선언하며 프로야구 19년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박찬호 선수를 영웅이라고 대접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그는 항상 최고였고 최초였습니다. 1994년 대학생 신분으로 미국 LA 다저스에 입단해 한국 최초의 빅리거가 됐고 2010년 10월 2일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두며 아시아인 최다승을 기록했지요.

특히 그가 미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97~99년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LA 다저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박찬호 선수가 불 같은 강속구로 거구의 타자들을 무너뜨릴 때마다 온 국민이 환호하곤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낼 때 박 선수의 활약이 기쁨과 희망을 전해준 거죠. 같은 시기에 골프 여왕 박세리 선수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어요. 미국 LPGA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 잠을 쫓아가며 TV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영웅들을 보며 많은 어린이가 꿈을 키우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수많은 박찬호 키즈, 박세리 키즈가 이들 영웅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와 LPGA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보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땀을 흘리고 훈련의 고통을 정직하게 견딘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분야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좀 더 노력하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저렇게 승리자의 자리에 서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믿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정직하게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이가 승승장구하는 사회를 바라고 있나 봅니다.

혹시 주변에서 “곧이곧대로 사는 것보다 융통성 있게 지름길을 빨리 찾아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있진 않나요? 스포츠 영웅들처럼 감동과 희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요행을 바라거나 지름길을 찾는 대신 땀 흘리며 정직한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민아 중앙일보 NIE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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