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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입던 승환씨, 딸 자랑 신난 대호씨 … 스타들 입을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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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대호(일본 오릭스)가 지난 2일 부산의 한 극장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사람, 이대호’라는 주제로 팬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이대호]

이대호가 ‘토크 콘서트’를 열고 야구단이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다. 프로야구의 소통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대호(30·오릭스)는 지난 2일 부산의 한 극장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야구선수가 직접 호스트가 돼 팬들을 모은 것은 국내 처음이다. 450여 명이 입장권을 사서 들어왔다.

 콘서트 주제는 ‘사람,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올해 타율 0.286, 24홈런, 91타점을 올렸다. 타점은 퍼시픽 리그 1위, 홈런은 공동 2위다. ‘빅 보이’는 화려한 타이틀에 가려진 속마음을 꺼냈다. 그는 “롯데 시절에는 타격 7관왕에 올라도 ‘4할도 못 치나. 홈런을 50개도 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대호는 “오릭스에서는 2할8푼밖에 못 쳤는데 코칭스태프는 물론 프런트까지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국내에서 이런 성적을 냈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고 했다. 딸 효린(1)양 이야기도 했다. 그는 “딸이 나와 똑같이 생겼다. 내 눈에는 미인대회에 나갈 만큼 예쁘다. 둘째도 딸을 낳고 싶은데 아내가 ‘천천히 하자’고 말린다”고 해 좌중을 웃겼다.

 ‘끝판왕’ 오승환(31·삼성)은 지난달 20일 고려대에서 열린 ‘열정락’ 토크 콘서트에 강사로 초대됐다.

그는 다소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꼬마 오승환이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채 치마를 입고 있었던 것. 그는 “3형제 중 막내인데, 집에서 딸을 원했다. 어머니가 나를 딸처럼 키웠다. 한참 클 때도 치마를 입고 자랐다”고 고백했다.

 이대호 콘서트를 찾은 조승희(37)씨는 “우리와는 다를 것 같았던 선수가 사실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똑같이 아파한다는 걸 알았다.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토크 콘서트를 관람한 박성미(24)씨는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는 선수가, 딸처럼 치마를 입고 자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다”며 웃었다.

 구단은 팬들과 소통을 위해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있다. 타운홀 미팅이란 후보가 유권자와 직접 만나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모임이다. NC는 지난달 24일 100여 명의 팬과 선수단이 모여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박중언 NC 홍보팀 직원은 “팬들도 내부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비공개 미팅을 열었다. 팬들이 뭘 원하는지를 듣고 공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야구계의 새로운 소통 현상을 ‘위로와 공감’에서 찾았다. “스포츠인들은 자신의 기량만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경우가 많다. 취업이나 학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성공한 이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 우리도 다 같은 사람’이라고 위로 받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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