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봐 수입차, 나 국내 1위야”… 격전지 뛰어드는 현대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수입차 브랜드 20여 개가 포진한 서울 강남 도산대로. 그중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도산사거리에 현대차가 첫 브랜드 스토어(점선)를 열기 위해 공사 중이다. 맞은편에 BMW 국내 최대 매장이 있다. [박현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격전지인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브랜드 스토어를 연다. 현대차 브랜드 스토어는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이다. 도산대로는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8개 가운데 20여 개가 각자의 국내 최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수입차 밸리’. 이곳에 현대차가 최고급 브랜드 스토어를 여는 것은 국내 시장 수성 작전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3일 “단순히 차를 파는 곳이 아니라 현대차 브랜드, 과거와 미래, 첨단 기술을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매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현대차가 세계 5대 완성차 제조업체로 부상했으나 정작 안방에는 제대로 현대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장이나 시설이 없는 실정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첨단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직원들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최근 도산사거리에 6층 건물이 통째로 임대 매물로 나오자 계약을 맺고 내부 공사에 들어갔다.

 이 건물은 얼마 전까지 일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인피니티가 전시장을 운영하던 곳이다. 수입차 밸리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맞은편엔 BMW 국내 최대 매장이, 대각선은 메르세데스벤츠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반경 200m 안에는 재규어·랜드로버·링컨·캐딜락·포드·BMW미니·닛산·폴크스바겐이 포진해 있다. 도산대로와 인근 청담로, 영동대로까지 4㎞ 구간에 있는 아우디·도요타·혼다까지 더하면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이곳에 둥지를 트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이지만 준대형급 이상에서는 수입차에 밀리고 있다. 최근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으면서 중소형차 시장에서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브랜드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수입차에 대응하는 고급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입차로 간 고객을 되찾아오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 스토어는 일반 자동차 매장과는 컨셉트가 다르다. 단순히 차를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해 배우고, 경험하고, 호감을 심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명품 부티크와 비슷한 개념이다. 당장 구매 계획이 없더라도 매장에 들러 현대차의 철학을 경험하고 제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예컨대 신형 에쿠스, 제네시스 같은 고급 차량과 전략 차종을 전시하고, 고객을 위한 라운지도 만들어진다. 수입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20~30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짜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품질 경영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현대차가 감성 브랜드 경영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본다. 성능·품질·가격뿐 아니라 브랜드 전략에서도 글로벌 메이커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간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의 주행성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고객 만족을 추구했다면, 이젠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모든 단계에서 감성적 가치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며, 브랜드 스토어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스토어는 당초 내년 4월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개장 목표를 내년 하반기 또는 2014년 상반기로 늦췄다.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 기함이 선두에서 전체 선단을 이끄는 것처럼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매장이다.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제품 판매는 물론 소비자 체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상품을 구성하는 특징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