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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이세|「재구부대」승전날 유자에도"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청와대의 지시문>
고 강재구소령의 유자 강병훈군의 처우에 관하여=『고 강재구소령의 드높고도 거룩한 을 길이 이어받게 하기 위하여 강소령의 유자 병훈군이 적령이 되어 육군사관학교 입교를 지원할시 우선적으로 입교할 수 있도록 조치하시기 바랍니다.』
맹호부대 소속이었던 고 강재구소령의 유자 강병훈(2)군이 앞으로 18년후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박정희 대통령이 25일 이후락 비서실장에게 지시하여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 앞으로『병훈군이 적령이 되었을 때 우선적으로 육사에 입교하게 하라』고 통첩함으로써 밝혀졌다.
육사창설이래 처음 있는 이와 같은 조치는 중앙일보가 애독자의 투고권고에 의하여 청와대 당국과 교섭한 결과 이루어진 것인데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고 강소령의 미망인 온영순(28·인천시 부평동 756) 여사는 이 소식을 전해듣고『이 이상의 영광이 없습니다. 대통령 각하의 은총을 받들어 병훈이를 소중히 길러 남편의 유지에 보답코자 합니다』고 울먹이면서 병훈군을 부둥켜안고 한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재구」부대의 승전소식도 전해진 25일, 고 강소령의 미망인 온 여사는 헝클어진 머리를 내버려 둔채 아들 병훈군을 힘껏 안아 세웠다.
『18년후면 아빠와 똑같은 화랑이 될 거예요. 성격도, 행동도, 심술까지도 모두 꼭 같으니까요. 특히 고집은 아빠를 그대로 빼어 쏴, 기어이 해야만 직성이 풀린답니다』라고 말하는 온 여사는 이어『제가 할 일은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내생명 다하도록 하루하루 커가는 병훈이를 지켜보면서 살겠어요』라고…. 그는 병훈군을 끌어 안으면서 아들의 장래를 다짐하듯, 고인의 영전에 다시 엎드렸다. [인천]

<어느 독자의 편지>
대통령 각하에 드리는 공개 건의서=『지면을 통해 건의서를 올리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미국의 전대통령「아이젠하워」장군이 대통령 재임시에 미국군사에 남을 공을 세운 한 장교의 아들(갓난아기)에게 남편의 뜻을 잇기 위해 그 아들을「웨스트포인트」에 보내겠다는 한 어머니의 소원을 듣고 그 아기가「웨스트포인트」입교 적령이 될때「입교 추천서」를 미리 교장 앞으로 보내 주었던 일이 뜻 있는 인간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던 것을 기억하실 줄 믿습니다.
한국육군사의 인물이 된 고 강재구소령의 미망인 온 여사가 그 아들 병훈군을 육사에 입교시켜 아버지의 뒤를 있겠답니다. 미국의 예를 따르다기 보다는 국군의 사표가된 한 장교의 혈육을 두뇌의「테스트」보다 좀더「값있는 입교」를 시킬수 있는 것이 금일봉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유족과 국민에게 뜻이 큰 것으로 여겨집니다. 각하의 좋은 말씀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마산시 산호동470 고상표(27세).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존·리메이」중령이「유럽」의 서부전선에서 장렬한 전사를 했을 때「루스벨트」대통령은 색다른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리메이」소령의 두살 짜리 외아들 「데이비드」군이 나이가 되는해 미국대통령­.『각하,「데이비드」은 군이「웨스트 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하도록 특별 배려해주십시오』-「데이비드」군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의 대통령은「아이젠하워」였다.
「데이비드」군이 가지고 온「루스벨트」대통령의 친서를 읽은「아이젠하워」대통령은 「루스벨트」의 청을 들어주었다.「데이비드」군은 아버지가 다닌 육사를 졸업하고 지금은 미국육군의 전도유망한 장교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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