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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은행다니는 외국인 "성매매 해보니"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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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일 밤 부산의 한 유흥가에 뿌려진 성매매 광고 전단지. 전단지에 적힌 `풀싸롱`이란 여성 종업원과 술을 마시고 같은 건물에서 성매매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뜻한다 (부산=송봉근 기자)

올해로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지 8년째. 그동안 성매매는 얼마나 근절됐을까. 중앙일보 취재진이 전국의 주요 유흥가와 집창촌 등을 찾아 한국의 성매매 실태를 점검했다. 취재 결과 성매매 시장은 축소되기는커녕 다양한 방식과 공간으로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었다. 2회에 걸쳐 2012년 대한민국 성매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지난달 2일 밤 광주광역시 상무지구의 한 골목. 고급 승용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콜떼기’로 불리는 이들 차량은 골목 곳곳의 룸살롱 등으로 젊은 여성들을 실어 나르는 중이었다. 룸살롱 앞에 차가 멈추면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2~3명의 여성이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콜떼기’ 차량이 멈춰 서는 업소를 중심으로 성매매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했다. 1㎞ 남짓한 거리에 200여 개의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었다. 룸살롱·노래홀·안마·출장방 등이었다. 취재진이 ‘2차’(성매매) 가능 여부를 물어본 결과 이 가운데 90% 이상의 업소에서 성매매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은 1인당 15만~60만원 수준이었다.

 이곳은 7~8년 전만 해도 한산했다. 유흥업소가 50개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급성장했다. 네 배 가까이 업소 수가 늘어났다. 성매매 규모도 더 커졌다. 한 호객꾼은 “성매매특별법으로 대인동 등 기존 집창촌이 축소되면서 상무지구가 광주의 새로운 유흥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올해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째다. 성매매특별법이 직접 겨냥했던 것은 집창촌이었다. 실제 집창촌은 소폭 줄어들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1곳이던 전국 집창촌은 올 8월 현재 25곳으로 감소했다. 2010년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2010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매매 시장 규모는 최대 8조7129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집창촌 등 성매매 집결지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추정치는 5765억원(약 7%)이었다.

 그러나 룸살롱·안마 등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지속적으로 팽창해 왔다. 광주 성매매 피해상담소인 ‘언니네’에 따르면 광주 상무지구에서 성매매가 가능한 업소는 2009년 195개에서 지난해 228개로 증가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는 광주를 비롯해 서울·부산·울산의 중심 유흥가를 현장 취재했다. ▶광주 상무지구 ▶서울 역삼동 ▶부산 연산로터리 ▶울산 삼산동 등이다. 이곳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집중적으로 성장해 온 이른바 ‘성매매 뉴타운’이다. 지난달 2~5일 중앙일보가 해당 지역을 취재한 결과 지역별로 직경 1㎞당 평균 100여 곳에서 성매매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략 10m에 한 집꼴로 성매매업소가 분포하는 셈이다. 특히 이들 ‘성매매 뉴타운’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마사지업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었다. 여성가족부의 ‘2010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룸살롱 등 유흥주점은 2007년 2만8757개에서 2010년 3만1623개로 증가했다. 마사지업소도 2007년 3360개에서 2010년 5271개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성매매 뉴타운’은 주택가나 학교 인근에 형성돼 있었다. 광주 상무지구의 경우 큰길 하나를 건너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길 건너 초등학교와는 불과 190m 거리에 불과했다. 울산 삼산동 일대와 부산 연산로터리 주변도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와 인접해 있었다. 서울 역삼동 일대의 성매매 유흥가는 여중·고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최근엔 주거형 오피스텔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른바 ‘오피방’이 성업 중이다. ‘실장’으로 불리는 성매매 알선업자가 남성 고객과 성매매 여성이 있는 오피스텔 방을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중앙일보가 인터넷과 각종 정보지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서울에만 71개의 ‘오피방’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피방은 주로 지하철역 주변에 있었다. ▶역삼역 14곳 ▶강남역 13곳 ▶선릉역 7곳 ▶홍대입구역 4곳 ▶신논현역 2곳 등 순이었다.

 취재진은 지난달 1일 한 오피방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성매매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14만원에 즉시 매니저(성매매 여성)를 연결해 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실장은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과 호수를 알려 줬다. 이 오피스텔은 일반 주민이 거주하는 곳으로 2층에는 어린이 놀이방까지 있었다.

 인터넷·스마트폰 등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성매매’도 확산 중이다. 채팅 등으로 개인 간 성매매를 하는 경우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의 인터넷 성매매 규모는 약 1403억원으로 추정됐다. 실제 취재진이 ‘스카우트’ ‘카카오톡’ 등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접촉해 본 결과 약 20분 만에 한 여성으로부터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마치 암세포가 체내 자양분을 먹고 온몸으로 확산되듯 주택가 한가운데까지 성매매가 널리 파고들고 있다”며 “성매매특별법 하나로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정책적 판단에 미숙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경래 연구위원은 “범죄 예방의 첫째 원칙은 범죄 유발지역이 주택지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집창촌 문제에만 집중하다 이 원칙마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매매' 검색하면 영어로 수백 건

세계적인 검색 사이트 구글에 ‘prostitution in seoul(서울에서의 성매매)’라고 입력하면 관련 글이 수백 건 검색된다. ‘full salon(풀 살롱)’ ‘anma(안마)’ 등 한국식 성매매 용어도 등장한다. 한국의 은행에 근무한다는 한 외국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의 성매매는 상당히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의 성매매 문화는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외국인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카지노 업소 등에선 성매매를 직접 알선하기도 한다. 최근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서울의 한 카지노가 ‘콤프’라는 마일리지 서비스를 이용해 외국인 손님들의 ‘2차(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이 카지노 업소의 법인카드 영수증을 제출받은 결과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유흥업소에 사용된 금액이 60억원에 달했다. 영수증에는 술과 안주 비용을 뜻하는 ‘식음료’ 비용보다 ‘봉사료’가 두 배가량 많았다. 박 의원은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봉사료’ 비용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성매매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박 의원이 공개한 영수증이 사용된 17개 업소를 방문해보니 7곳에서 “외국인도 2차(성매매)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비용은 42만원부터 75만원까지 다양했다. 역삼동의 A업소는 “영어·중국어·일본어가 모두 가능한 여종업원이 있다”며 “외국인이라 추가 비용이 붙는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8월 일본인 전용 성매매 알선 사이트 4곳을 개설한 강모(69)씨를 검거했다. 강씨는 일본 관광객에게 평균 70만원을 받고 약 800회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취재팀=정강현·김민상·손광균·한영익·이가혁·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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