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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사람이 내려 준 커피만 마시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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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 에티오피아 내추럴 구지 사키소, 예멘 모카 마타리….

 국내 로스터리 카페에서 파는 핸드드립 커피의 이름이다. 로스터리 카페란 주인이 직접 생두를 볶아 추출한 커피를 내놓는 곳이다. 본사에서 생두를 대량 구매한 뒤 일괄적으로 볶아 나눠준 원두로 만드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는 다르다. 우수한 품질의 생두를 골라 구입한 다음, 직접 볶아 그때그때 소량의 원두를 추출한다. 그래서 향이 깊고 신선한 커피를 내놓는다. 한때 커피 매니어들만 찾던 로스터리 카페 역시 전체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수가 늘고 있다. 2007년 100여 곳 남짓했던 국내 로스터리 카페는 올해 초 3000여 개가 됐다.

 커피맛이 좋아 ‘강릉의 필수 관광 코스’로 불리는 로스터리 카페 ‘테라로사’는 올 8월 경기도 용인의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지하 1층에 입점했다. 테라로사는 2002년 강원도 강릉에서 문을 열었다. 주인인 김용덕(52) 대표가 직접 에티오피아·과테말라 등지에서 공수해 온 생두를 볶아 만든 커피가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졌다. 강릉에서만 점포를 3개 운영하며 연매출 100억원씩 올리던 테라로사가 이번에 경기점에 들어온 건 서울로 진출하기 위한 예비 과정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커피도 와인처럼 맛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며 “이제 국내 소비자들도 품질을 따져가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만큼 주인의 취향이나 개성이 커피에 그대로 반영되는 로스터리 카페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에선 ‘커피 명장’으로 불리는 바리스타 전광수의 ‘전광수 커피하우스’가 대표적인 로스터리 카페다. 2008년 서울 명동에 본점을 연 이래 지금까지 매장 수를 15개로 늘렸다. 본점을 제외한 점포들은 모두 바리스타 전광수에게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운영하며, 서울 성수동의 로스팅 공장에서 원두를 공급받는다. 앞으로도 매장 수를 20개 안쪽으로 제한해 커피 품질을 유지한다는 원칙이다.

 ‘스타 바리스타’로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들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커피집’은 27년간 커피를 만들어온 허형만 바리스타가, 서울 다동 ‘다동 커피하우스’는 이정기 바리스타 겸 한국커피협회 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둘 다 1990년대에 한국커피문화협회에서 함께 활동한 멤버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커피렉’은 2010 월드바리스타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라떼 아트’ 부문에서 우승한 바리스타 안재혁이 운영하며 입소문을 탔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루소랩’은 커피감정사인 큐그레이더가 상주하며 생두 품질을 관리한다.

 외국까지 가지 않고 국내에서 ‘도제식 로스팅’ 교육이 가능해진 것도 로스터리 카페가 늘어나는 이유다. 한국의 바리스타 선구자 4인 중 하나이자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박이추(63) 바리스타는 2000년대부터 강원도 강릉에서 카페 ‘보헤미안’을 운영하며 제자 양성에 나섰다. 그의 제자들 역시 개별적으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며 1:1 로스팅 교육을 진행 중이다. 테라로사나 전광수 커피하우스, 압구정커피집, 루소랩 역시 공동으로 운영하는 커피 아카데미에서 전문 로스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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