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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 수혈 위한 대규모 명퇴도 사회적 책임 경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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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호 23면

이석채 KT 회장이 최근 경기도 양평의 체험학습 공간 새싹꿈터를 찾아 이곳을 방문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와 기념 촬영을 했다. [중앙포토]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이 요즘 화두입니다. 저는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역할을 하는 것, 그게 곧 CSR 활동이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빈부격차 확대,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교육 기회의 편중, 출산율 저하 등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특히 빈부 격차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문제는 우리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합니다. KT는 이런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CEO 일요 경영산책 이석채 KT 회장 ③끝

기업 생태계로서의 사회와 기업의 관계는 씨줄과 날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피륙이 완성되듯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자체의 핵심 역량을 기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보기술(IT) 나눔을 실천하는 ‘KT IT 서포터즈’가 좋은 예입니다. 이들은 장애인·농어민·장노년층·저소득층 4대 정보소외 계층과 다문화 가정을 상대로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법 등을 교육합니다. 또 각종 자격증반을 운영해 자격증 취득을 돕습니다. IT 서포터즈는 규모가 200명에 이르는데 이렇게 IT 나눔 업무만 전담하죠.

KT는 위탁시설 봉사에 집중 지원
우리가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 돕기입니다. 지역아동센터란 가정폭력, 경제적 어려움, 부모 맞벌이 등으로 집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일정 기간 돌보는 위탁시설이죠. 전국적으로 3600곳 정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봉사하고 우리 체육시설을 이용하게 해줍니다. 또 아이들에게 KT의 IPTV인 올레TV로 학습할 수 있는 공부방을 꾸며주고 아동용 교육 로봇인 키봇을 지원했습니다. 키봇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쉽게 다룰 수 있어 호응이 좋아요. 이런 것들이 우리 고유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아이들을 위해 경기도 양평에 ‘새싹꿈터’라는 캠핑장을 마련했습니다. 폐교를 리모델링했는데 그 비용은 우리가 부담했고, 교육청에 내는 임차료와 운영비는 다른 파트너 기업에 분담시켰습니다. 우리가 끌어들인 매일유업·하나투어·대명레저산업 등 21개사죠. CSR을 위한 기업 네트워크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네트워킹 전문이잖습니까. 이렇게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이들 가운데 10여만 명이 지역아동센터에 수용돼 있죠. 물론 독거노인 등 우리 사회엔 여러 취약계층이 있어요. 우리는 아이들을 택했고 다른 회사는 다른 분들을 돌보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이렇게 기업들이 공동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조성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이 고착되고 있습니다. 사회의 양극화로 계층 간 이동성이 떨어지고 있어요. 이런 사회 구조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오려야 나올 수 없어요. 소외된 아이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돌볼 때 경제적 불평등이 다소나마 해소되고 계층 간 이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유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CSR 활동은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 하는 겁니다. 바람직하기는 성장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것, 환경을 보존하는 것, 국민에게 사랑받는 것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장기적 성장이 가능한 자본주의 모델이죠. 회사가 CSR 활동을 잘하면 구성원의 자긍심도 높아집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기업이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15%가 절대 빈곤층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국 중 최고 수준이죠.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겁니다. 요즘 30대가 돼도 상당수는 결혼을 엄두도 못 냅니다. 오죽하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자리 풀에 세대라는 칸막이가 쳐져 있다는 겁니다. 젊은 세대 쪽은 우수한 인력만 기업에 들어갈 수 있고, 기업에 있는 그 위 기성세대는 유출입이 없는 고인 물이 돼버렸죠. 이 칸막이를 들어내 물을 순환시켜야 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저는 대표이사 부임 후 노조와 협상해 무려 6000명을 명예퇴직시켰습니다. 이렇게 인건비 4600억원을 절감해 4년간 총 3159명의 젊은 직원을 뽑았습니다. 명퇴를 실시한 덕에 한 해 150명 뽑던 회사가 1000명 가까이 채용하게 됐죠. 이 신규 채용 인력 중 901명이 고졸입니다. 부수적 효과지만 그 덕에 회사가 젊어졌죠. 명퇴자에게는 정년까지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명퇴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렇게 떠난 분 중 2500명에 대해 2차 노동시장 취업을 유도했습니다. 월급이 200만원밖에 안 되지만 새 일자리가 생겼으니 윈윈 게임을 한 셈이죠.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62세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칸막이 너머로 이동한 결과 200만원을 버는 겁니다. 이들의 자리를 채운 자식 세대는 월 300만~400만원을 받고요.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노사 합의로 이 일을 관철시켰습니다. 저는 이 세대 간 타협의 사례를 사회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하면 은퇴 세대의 빈곤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됩니다.

3不·3行 정책이 KT CSR의 근간
KT는 2년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개별 기업도 이렇게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 혁명 덕이죠. 우리 회사는 당사자인 여직원이 2년 육아휴직, 재택근무, 스마트 워킹 중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자기 책상이 없다는 것에 처음엔 거부감을 보였지만 곧 적응했습니다.

CSR의 다른 한 축은 상생 경영입니다. 기술 면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협력사들과 성장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KT의 동반성장 정책이죠. 시혜를 베풀 듯 성장의 과실을 협력사와 나누는 게 아니라 동반성장이란 말 그대로 함께 크겠다는 겁니다.

성장동력이 떨어진 벤처를 우리가 인수합병(M&A)하는 것도 동반성장의 함의가 있습니다. 창업자는 회사에 남아 경영을 할 수 있고 돈을 챙겨 떠날 수도 있죠. 일종의 선순환이라고 할까요. 일부 대기업이 벤처가 망하기를 기다렸다가 헐값에 사들이거나 사람을 빼가는 것과는 다르죠.

CSR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또 나 홀로 하기보다 다른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으로 벌일 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죠. 단적으로 KT 단독으로 지역아동센터 아이 100명을 도울 수 있다면 뜻이 맞는 기업들과 손잡을 때 10만 명의 아이를 돕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CSR의 개념이 공유가치의 창조(Creating Shared Value·CSV)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업 목표의 추구를 사회적 가치 실현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KT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3불(不) 정책’과 소프트웨어(SW) 업계 활성화를 위한 ‘3행(行) 정책’에 힘쓰고 있습니다. 3불 정책이란 ▶중소기업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않는 겁니다. 3행 정책이란 ▶용역이 아닌 가치의 구매 ▶SW 기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SW 시장 진출 기회 제공을 뜻합니다. 이처럼 사업 차원의 협력관계를 넘어 CSV를 개방해 전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CSV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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