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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초임 5400만원 시골기업 가보니 옥상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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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남 함안군 군북면 장지리의 BHI에서 우종인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넷째)와 신입사원들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창사 이래 첫 공채 신입사원이다. [함안=송봉근 기자]

발전설비와 제철설비를 생산하는 BHI㈜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 장지리에 본사가 있는 ‘시골기업’이다. 회사 주변은 논밭과 야산이다. 가까운 도시인 창원까지는 고속도로로 40분 거리다. 신입사원 모집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신입사원 공개채용 광고를 냈다. 추천이나 경력직 채용에 의존하다 창사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공채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5명을 뽑는 데 1373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지원자들의 ‘스펙’도 화려했다. 서울대 등 국내 유명 대학과 미국 조지아대, 일본 도쿄대 등 외국 대학 졸업생이 수두룩했다. 서류심사로 1차 합격자 50명을 추려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우종인(52) 대표는 “6~7년 전까지는 수도권 대학은커녕 인근 지역의 대학에서도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아 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수한 신입사원을 소개하는 지인 등에게는 100만원씩 소개료를 주곤 했다.

 사정은 올 들어 확 달라졌다. 대기업 부럽지 않은 고연봉 회사란 사실이 구직자들 사이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성과급과 각종 수당을 합쳐 5400만원 안팎이다. 5년 전부터 해마다 임금을 10%씩 인상한 결과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은 3300여만원, 중견기업은 3100여만원, 중소기업은 2100여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채용 전문 사이트들의 국내 1000대 기업 연봉 랭킹에서 5~8위권으로 소개됐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대기업 이상의 공격적 급여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위는 이 회사 옥상에 설치된 7타석 규모의 야외 골프연습장, 아래는 임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 [함안=송봉근 기자]

 캐나다에서 11년간 살며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한 박소형(24)씨는 “한국에 별 연고가 없지만 고임금에 숙식 제공이 마음에 들었고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여서 미래가 밝다고 보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나온 이재원(30)씨는 “집이 서울이지만 고임금에 발전 가능성이 있어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복지혜택도 파격적이다. 회사 옥상에는 7타석의 야외 골프연습장이 있어 모든 임직원이 여가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헬스장과 사우나·탁구장·당구장을 갖춘 복지관도 있다. 국내와 중국 등의 골프회원권 63개를 매입해 그룹장(선임부장) 이상에게 제공한다. 과장급 이상은 연 6회 이용할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는 세 끼 모두 무료다. 기술직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연수는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보일러 설계실 직원 30명은 지난 9월부터 교대로 핀란드의 제휴 기업인 포스터휠러에 가 4~10주간 연수를 하고 있다.

농촌 실정을 감안한 주거안정 대책도 돋보인다. 인근 지역에 아파트와 원룸·빌라 등 229채를 구입하거나 임차해 원하는 임직원은 관리비만 내면 입주할 수 있다. 우 대표는 “지방의 작은 회사지만 우수 인재를 영입해야 회사가 클 수 있다는 신념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HRSG(배열회수보일러) 분야에서 매출액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BHI㈜는 어떤 회사

▶ 창사 : 1998년 직원 20명으로 출발
▶작업장 : 함안 본사, 2공장, 사천공장 등
▶매출액: 4980억원(2012년 11월 현재)
▶ 수주액 : 9000억원 (2012년 11월 현재)
▶ 종업원 수: 450명(1인당 매출액 11억원)
▶주가: 2만4300원(2005년 코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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