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ine 온라인] '디시인사이드' 대표 결혼 화제

중앙일보

입력 2005.03.17 16:24

업데이트 2006.03.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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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커플천국, 솔로지옥!! 직원사랑을 직접 실천한 것뿐이다. 월급 줄 필요도 없으니 일석이조다."(신랑)

"얼떨결에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지금 결혼을 번복해도 다른 곳에 시집가기 쉽지 않다."(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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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세상에서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의 결혼이 화제다.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주목받는 이유는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답게 자신의 결혼 사실을 하나의 패러디 소재로 삼아 희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20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대표인 김유식(34)씨. '유식대장'이란 애칭으로 잘 알려진 김씨는 1999년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를 만들어 한국 인터넷 문화에 리플, 엽기, 패러디, 폐인(인터넷 매니어) 등의 개념을 도입한 주인공이다.(이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는 약 80만명이다.)

김씨는 지난 7일 결혼을 앞둔 담담한 심경을 자조적으로 희화한 인터뷰를 사이트의 톱뉴스로 올렸다. 자신과 신부 박유진(디시뉴스 편집장.27)씨의 얼굴을 재밌는 합성사진으로 만든 것은 물론이다.

폐인들은 그의 결혼 소식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탤런트 한가인의 결혼 소식에 버금간다는 반응이다. 한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는 김씨가 인물검색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씨는 장난 같은 결혼 발표가 폐인들의 '역풍'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며 입을 열었다.

"폐인들은 대부분 솔로다. 나 자신도 지금껏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쳐왔다. 이런 내가 정색을 하고 결혼한다고 하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게다가 사장과 부하 직원의 결혼이라 반감이 작용할 수도 있다. 악플(인신공격성 리플)들이 줄줄이 달릴 수도 있는 문제다. 은근슬쩍 지나가려면 그들의 방식대로 패러디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폐인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리플을 분석한 결과 순수 축하글 50%, 약간 비꼬는 축하글 40%, 우려했던 반대글은 10% 정도로 나타났다. 반대글이라 해도 '유식대장이 우리를 배신했다!' '유식대장 너무함! 유진낭자를 돌려달라!'는 식의 장난기 섞인 푸념이 대부분이다.

또 사이트 갤러리에는 영화 포스터나 책 표지 등에 신랑.신부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작품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으로 맺어진 커플의 결혼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둘의 결혼이 뭐 대단한 사건이냐며 의아해하는 분도 있지만, 이들은 인터넷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폐인들은 연예기획사나 매스컴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정보에 식상해 한다. 자신들이 직접 정보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재미가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패러디로 만든다."

이런 매커니즘을 교묘히 이용해 큰 반감 없이 결혼을 공표할 수 있었다는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무사히 결혼에 골인하기까지는 아직도 장애물이 남아 있다. 열성 폐인들이 김씨의 결혼식을 출사대회(디카 매니어들의 사진촬영 경연대회)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정말 폐인들이 결혼식장까지 몰려올까봐 걱정"이라며 "결혼식 사진이 어떤 형태로 패러디돼 인터넷에 떠돌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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