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기획] 색소폰에 빠져 하모니에 취해 유쾌한 중년

중앙일보

입력 2005.03.17 16:23

업데이트 2006.04.03 00:39

지면보기

06면

지난 12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 음악원 4층 합주실. 문을 여니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학교 강사 손진(35)씨의 지도 아래 40여 '늦깎이 학생'들이 색소폰을 배우는 중이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으고 있는 KNUA의 '즐거운 주말 음악교실'(이하 음악교실) 색소폰 합주반. 누군가가 "이번에도 틀리면 벌금을 내게 합시다"라고 소리치자 금세 폭소가 터진다.

색소폰 하면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이 떠오른다. 눈을 지그시 감고 '매기의 추억'이라도 연주하면 일주일의 피로가 싹 가실 것만 같다. 실제로 합주반 학생들은 40~50대 남성이 대부분이다. 직업도 회사원에서부터 자영업.건설업.교수.만화가.목사.디자이너.대기업 임원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가정주부 등 여성도 4명이나 된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부천.수원.성남에서도 온다.

'음악교실'은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여가활동의 수요 증가로 만들어진 사회교육 프로그램. 주말 오전 텅 빈 교실과 교수 인력을 활용,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음악강좌를 열고 있다. 색소폰 합주반 외에도 합창.클래식 기타.컴퓨터 음악.뮤지컬 등 다양한 강의가 마련돼 있다.

"주말이면 골프를 치곤 했지만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선배들이 나이가 들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해야 한다고 귀띔하더군요. 그림.서예.분재도 생각해 봤지만 고교 밴드부에서 연주했던 색소폰이 떠올라 다시 악기를 잡게 됐습니다." 알토 색소폰 파트장을 맡고 있는 류근영(59.용진실업 전무이사)씨의 말이다.

집에서는 자동 반주기를 틀어 놓고 혼자서 연습하고 음악교실에서는 합주 훈련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연습만 하고 헤어지는 게 아니다. 지난달 19일 같은 학교 건물에 있는 KNUA홀에서 합창반.클래식 기타반과 함께 정기 연주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천안흥타령축제의 개막 공연에 출연하기도 했다.

기획부장을 맡은 주현기(45.신구대 교수)씨는 "무료로 배운 만큼 무료로 봉사하는 게 당연하다"며 "앞으로 교도소.고아원.병원 등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교실' 주임 교수로 있는 황성호(51.음악원)교수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달리 삶의 즐거움과 재충전을 위해 배우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흥겹게 강좌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5월 초에 개강하는 다음 학기의 수강신청은 4월 11~28일. 클래식 기타와 색소폰 합주반은 악기만 있으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다. 02-520-8106.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