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범죄충동” 주변 사람 모두에게 적대감

중앙일보

입력 2008.12.22 02:19

수정 2008.12.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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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비 오는 날 살인충동을 느꼈다. 범죄충동이 생기는 데 안 하면 답답하고 우울하고 불안해졌다. (절도·강간·살인 중) 살인이 제일 짜릿했다.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사형수 정남규 인터뷰, 8월 1일 서울구치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다수살인범 54명을 심층 분석한 결과 16명이 목적을 갖고 치밀하게 준비해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으로 분류됐다. 이들 중에는 연쇄강도살인범 정두영(1999년)처럼 금품이 목적인 ‘이익추구형’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유영철·정남규 사건처럼 살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쾌락형’ 연쇄살인사건이 늘고 있다.

범죄의 진화 … 그 끝은 살인 (上) 다수살인범 54명 심층 분석

“쾌락형 연쇄살인 증가”=정남규는 살인을 통해 스릴(흥분)을 추구하는 쾌락형 연쇄살인범으로 분류된다. 그는 “15세 때 첫 범죄를 저지를 때 흥분을 느꼈다. 당시 절도를 하려고 남의 집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 때인 89년 특수강도죄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절도와 성폭행·강제추행죄로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그러다 2004년 1월~2006년 3월 서울 남부 일대에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집안에 침입해서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노상에선 표적으로 찍은 한 사람만 죽였다.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형정원 박형민 부연구위원은 “정남규는 자신의 살인 행각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차량이나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영철은 복합형이다. 살인을 통해 스릴·권력욕·성욕·보복심리 등을 동시에 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2003년 9~11월 부유층을 상대로 살인행각을 저질렀다. 이어 6개월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2004년 3~7월 출장마사지사와 같은 직업여성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유영철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한 범죄수법을 통해 스릴을 추구했고 약자인 노인과 윤락여성만을 대상으로 삼아 권력욕을 충족시켰다. 또 자신을 버린 전처, 애인과 같은 직종(전화방·출장안마)의 여성을 살해한 것은 보복심리 때문이었다. 다면적인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이다.



◆“복종시키는 데 재미 느껴”=2006년 경기 안양·군포 20대 여성 연쇄납치살인범 김모(28)는 인터뷰에서 “첫 번째 범행 이후 그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다가 한 달 뒤 제2, 제3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범행 때 인형 다루듯이 말장난하고 복종시키는 데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의 차 안에 술 취한 여성을 가둬 놓고 농락하면서 권력욕을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새벽에 피해자를 살해한 뒤 빼앗은 명품가방을 당일 자신의 애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금품이 범행 목적’이라는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1000만원) 빚은 아르바이트 정도로 충분히 갚을 수 있었다”며 부인했다.

2000년 전북 고창의 10대 소녀 연쇄살인범 김모(39)와 지난해 8월 전남 보성의 70대 어부 오모의 연쇄살인사건은 ‘성욕추구형’의 전형이다. 오는 인터뷰에서 “성추행을 하려고 한 것은 맞지만 배에서 떨어진 것은 사고”라며 살해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범행 동기도 “여자애들이 가슴이 드러내고 벗고 있었다”며 피해자들에게 원인을 돌렸다.


◆다수살인범은=다수살인범 54명 중 남성은 52명(96.3%), 여성은 2명이다. 키와 몸무게는 각각 171.2㎝에 68.2㎏로 한국 남성의 평균치와 근접했다. 전체적으론 키 160~180㎝에 몸무게 52~83㎏ 사이로 보통 남성의 체형분포를 보였다. 지능지수(IQ)는 평균 97이었다. 2000년 경기 과천 부모살해사건의 범인이었던 명문대 휴학생 이모(당시 24세·무기징역)가 IQ 138로 분석대상자 중 가장 지능지수가 높았다. 그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신감정 결과 극도의 우울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것으로 나타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유영철은 보호관찰소의 심리 때 112로 나왔다. 혜진·예슬양을 살해한 정성현은 121이었다. 최하는 55로 조사됐다.

다수살인=2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한 살인범행. 동일한 시간·장소에서 발생하는 ‘대량살인(Mass Murder)’, 연속된 시간·장소에서 발생한 ‘연속살인(Spree killing)’, 살인 범행 후 일정한 휴지기를 갖는 ‘연쇄살인(Serial killing)’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동 기획=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상기(연세대 법대 교수) 원장·박형민 부연구위원, 중앙일보 정효식·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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