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고기 시장 급성장 한다, 스타트업도 몰려

중앙일보

입력 2022.05.03 00:03

수정 2022.05.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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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개발한 소고기 배양육 시제품. [사진 대상]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형 고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도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기업들이 식물성 대체육을 넘어 배양육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콩과 같은 식물성 성분으로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제품이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소나 돼지, 닭에서 세포를 뽑아 실험실에서 실제 고기 크기에 맞게 배양해 낸 제품이다.
 
배양육은 생산 단가가 높아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다. 임신한 어미 소를 도축해 소태아에서 적출한 심장의 피를 사용한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멸균된 피로 만든 혈청을 먹이 삼아 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키우다 보니 윤리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배양육 생산단가는 100g당 2000달러(약 253만원)에 달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배양육의 생산비와 윤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해양 미세조류에서 소태아 혈청 대체 효능을 확인한 뒤 관련 기술을 스타트업에 넘겼다. 연구 책임자인 강도형 제주연구소장은 “소태아 혈청보다 아미노산과 무기질, 항산화물질  함유량이 뛰어나며 동물 혈청에서 발견될 수 있는 오염 성분이나 독성 미생물이 없는 물질을 해조류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디캐프리오

앞서 미국 영화배우이자 기후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8)는 지난해 배양육 스타트업인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스와 네덜란드의 모사 미트에 투자하고 이들 회사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지난 1월 모사 미트는 소태아 혈청 없이도 근육 세포를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 배양육·대체육 사업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국의 식품 기업도 배양육 생산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새로운 배양 물질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청정원과 종가집 브랜드를 가진 대상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용 무혈청 배지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인 엑셀세라퓨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8월에는 근육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 스페이스에프와도 유사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2025년까지 배양육을 제품화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세포 배양배지 생산기업인 케이셀 바이오사이언스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케이셀은 올해 하반기에 부산에 배양육과 관련된 공장을 세우고 있다.
 
배양육은 아직 축산물위생물관리법상 식육에 해당하지 않아 식품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인 잇저스트는 지난 2020년부터 싱가포르 식당에 닭고기 배양육 요리를 판매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최초로 배양육 시판을 허용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