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탄날…"빡세게 준비한 시험 못갔다" 학생들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2.04.21 16:26

수정 2022.04.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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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공부도 7학기동안 본 중간고사 중에 가장 빡세게 준비했는데 정작 가지도 못하고 끝났다."
“통학생들 불쌍하다. 늦은 학우 10명 1시간 뒤에 와서 시험 못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1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인해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는 일부 대학생들의 하소연이 대학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 대책을 요구하며 이날 오전 22일 만에 출근길 시위를 재개했다. 마침 이번 주부터 시작된 대학과 중·고교 중간고사와 전장연 시위가 겹치는 바람에 오전 시험을 치르는 몇몇 학교에선 ‘불참자’가 발생했다.
 
지각해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서울의 한 대학생은 이날 오전 익명게시판에 “학기 후반에 바빠서 발표도 땡기고 매주 과제도 칼같이 하고 오늘 시험공부도 7학기동안 본 중간고사 중 가장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가지도 못하고 끝났다”며 “(통학 거리가 있어) 꽤 일찍 다니는 편이었는데 1학년 때처럼 반방(과방)에서 자고 일어나서 시험 가야 했나보다”고 했다. 이어 “어느 시위건 누구건 원망은 못하겠고 학교도 집도 지금 못가고 PC방 와서 그냥 혼자 울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들도 “장애인 시위로 시험 못 보게 되는데 선처 가능한지 교수님께 여쭤보고 있다” “오전 7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1교시 시험도 늦겠다” 는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은 “회사는 시위로 지각하면 이해해주지만, 시험은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나”며 “앞으로 시험 끝날 때까지 도서관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딱히 구제 방안 없어"…고교 중간고사 미루기도

시위로 인한 지각 때문에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한 학생의 하소연 글. 대학 익명 게시판 캡쳐

대학도 난감한 상황이다. 일부 학교는 지각으로 인해 시험보지 못한 학생들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전장연 시위로 시험에 늦은 학생들을 구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칙에 관련 규정이 없기도 하고, 교수들이 재량권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시험을 본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쉽진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일종의 천재지변과 같은 것인데 학생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중·고교도 미응시 시험에 대해 전후 시험 성적을 고려한 ‘인정점’을 부여하는데 최소한의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중간고사 기간인 일부 중·고교에서는 아예 시험 시간을 오후로 미룬다는 공지를 오전에 급하게 전달했다. 지각 때문에 오전 시험을 보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험을 미룬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씁쓸한 일이지만 코로나 2년을 겪은 요즘 아이들은 워낙에 이런 ‘돌발상황’에 익숙하다”며 “예고 없는 시위가 또 있을 수 있겠지만, 학교가 그때그때 맞춰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측도 “특별히 전장연 시위 및 지각 학생 관련해 교육청 쪽으로 문의가 오지 않았다”며 “학교가 자율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 인근에서 1박2일 집중 농성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전장연 측은 이날부터 매일 지하철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위가 끝내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부득이 답변을 받을 때까지 지속해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매일 경복궁역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