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탄 남자 줄지었다" 강남 한복판 '성매매 백화점' 전말

중앙일보

입력 2022.03.04 17:38

수정 2022.03.04 17:48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있는 한 빌딩. 채혜선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44)는 지난해부터 회사 맞은편에 있는 10층 빌딩을 볼 때마다 호기심이 일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적이 드문 동네였지만, 유독 그 빌딩에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수시로 건물 출입구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계속 봐와서다. A씨는 “이른 저녁부터도 남성들이 들어가던 곳”이라며 “좋은 차도 많았고 건물 주차장에도 차가 넘쳐 인근 모텔까지 차를 댔다. ‘대체 뭐 하는 곳이지’라며 궁금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남성 수시로 들어가던 곳” 정체는

단속 당시 내부. 사진 수서경찰서

A씨가 1년 가까이 의문을 품어온 건물의 정체는 경찰 단속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빌딩은 지난해 4월부터 500평이 넘는 10층 건물 통째를 노래방이나 모텔 등으로 꾸며 ‘백화점식’ 성매매 영업을 하던 퇴폐업소로 파악됐다. 
 
이날 찾은 건물 간판에는 레스토랑(지하1층)·커피(1층)·게스트룸(4층)·노래주점(8층)이라는 안내가 쓰여 있었다. 건물 안을 볼 수 없도록 전체 층 창문이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던 상태였다. 주변에서 모텔을 수십 년째 운영해온 A씨는 “간판불이 꺼져 있어서 영업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업주가 떼돈을 벌었다’와 같은 소문이 무성했던 곳”이라며 “남자들이 계속 들어가는 건 봤었다”고 말했다. 이 건물 주차장 등을 관리한다는 한 남성은 “이곳은 술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 문 열고 들어가니…“백화점식 성매매 업소”

건물 지하 1층 '미러룸'. 사진 수서경찰서

이 업소가 경찰에 적발된 건 지난 2일 오후 10시 40분. 당시 건물 주변에는 경찰 출동을 감시하는 속칭 ‘문빵’들과 주차된 많은 차량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오후 9시 40분을 넘어서도 손님이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하고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업소 측은 문 개방을 거부했다. 경찰은 20여분 대치한 끝에 오후 11시쯤 소방 당국 도움을 받아 강제로 건물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단속 결과 빌딩은 전체 층이 성매매 관련 업소로 운영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지하 1층은 손님들이 여성을 고를 수 있는 이른바 ‘미러룸’이 있었다. 2~5층은 모텔, 6~10층은 룸살롱이었다. 남성 손님들은 지하 1층에서 여성을 고른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층으로 이동해 유흥을 즐겼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업소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백화점식 성매매 영업을 해왔다”며 “이런 신종 성매매 업소는 최초 단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벽인 줄 알았는데…‘도피 룸’ 여니 女 우르르

'도피 룸'을 여는 경찰. 사진 수서경찰서

이 업소는 단속에 대비해 치밀하게 운영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단속 당시 현장에 손님 40여명만 있을 뿐 여성 종업원이나 유흥종사자 등의 모습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건물 내부를 반복해서 확인하던 경찰은 단속 약 4시간 만인 3일 오전 2시 50분쯤 모텔 2~3층 객실 안 침대 옆에 문이 있는 걸 발견했다. 얼핏 봐선 벽처럼 생겼는데, 옆으로 밀면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였다고 한다. ‘도피 룸’이 따로 있던 셈이다. 이 안에는 여성 14명 등이 숨어 있었으며, 피임기구나 발기부전 치료제 등도 함께 나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도피 룸’ 크기는 모텔 방 크기의 2배였다”며 “업주 등이 단속에 비협조적이다. 범죄 수익 등도 일체 다 숨겨버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단속을 통해 업주와 손님 42명을 성매매처벌법·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여성 종업원 15명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일부 손님은 성매매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