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만 도망갔다?" 알고보니…19년차 남경도 현장 이탈 정황

중앙일보

입력 2021.11.23 14:55

수정 2021.11.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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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경찰 자체조사에서 당시 여성 경찰관 뿐 아니라, 남경까지 빌라에 들어갔다 이탈한 정황이 나왔다. 당초 현장에 있던 여경만 이탈했다고 알려졌지만, 경찰관 2명 모두 현장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5시 5분쯤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당시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남경인 A경위는 빌라 내부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고 한다.
 
사건 발생직전 A경위는 3층 집주인이자 신고자인 60대 남성 B씨와 빌라 밖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빌라 3층에는 B씨의 아내와 20대 딸, 여경인 C순경만이 남게 됐다.
 
이때 빌라 4층 주민 D씨(48)가 3층으로 내려와 B씨 아내의 목 부위에 흉기를 휘두른다. C순경은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왔다. 비명소리가 나자 B씨는 곧바로 빌라 내부로 향했고, A경위도 뒤따랐지만 1층으로 황급히 내려오던 C순경을 만나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이후 공동현관문이 잠기는 바람에 다시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다른 주민이 문을 열어준 뒤에야 진입했다고 한다. A경위는 C순경과 마찬가지로 구급·경력 지원 요청 등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두 경찰이 현장을 벗어난 사이 B씨의 딸이 흉기를 휘두른 D씨의 손을 잡고 대치하고 있었고, 현장에 간 B씨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야 제압했다. 당시 사건으로 B씨의 아내는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뇌경색이 진행돼 수술을 받았다. 
 
A경위 등은 D씨가 제압된 뒤 현장에 합류했다고 한다. 출동당시 A경위는 권총을, C순경은 테이저건을 각각 소지하고 있었지만 가해자를 제압하는데 사용하지도 못했다.
 
일각에선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부실과 관련해 A경위의 책임이 C순경보다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C순경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6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배치된 '시보' 경찰관으로, 단 한 번도 물리력 대응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A경위는 지난 2002년부터 19년간 여러 부서에서 근무해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D씨에 대해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하기로 했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이날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한 D씨에게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