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자유주의자 이상돈의 엑스파일

중앙일보

입력 2021.06.1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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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걷다

시대를 걷다
이상돈 지음
에디터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자신을 규정하는 이상돈 전 국회의원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 있는 정치’를 추구한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중앙대에서 환경법·헌법 등을 가르치는 학자였던 그는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을 8년간 역임해 ‘보수 논객’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에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정파를 초월한 실사구시 지식인의 면모를 드러낸다. 정치 참여도 4대강 반대가 계기가 됐다. 그의 ‘반 이명박 투쟁’을 보고 ‘우리 편’이라 여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가 그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한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 승리에 많은 기여를 한 이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뒤 불통과 실정의 늪에 빠지자 박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이에 주목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박영선 의원은 이 전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친문계의 반발에 부닥치자 문재인 의원이 입장을 뒤집고 침묵하면서 ‘이상돈 카드’는 물거품이 됐다.
 
이 전 의원은 그 내막을 책에 소개하면서 “박영선이 문재인을 너무 믿은 게 잘못이었다”고 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린다.  
 
2013년 자신을 만찬에 초대한 문재인 의원이 말 한마디 안 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만 해 불편했던 일화를 공개하며 문 대통령의 ‘불통’을 꼬집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합류해 4년간 국회의원을 지낸다. 그러나 안철수의 당 운영 방식에 반발해 대립각을 세운 끝에 호남계 의원들이 당을 뛰쳐나가 만든 민주평화당의 당명을 지어주고, 정책연구원장도 지내며 ‘마이웨이’를 걷는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기세를 올렸다가 2년여 만에 사라진 국민의당 몰락사를 그만의 시각으로 기술한 대목이 책의 후반부 하이라이트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안철수의 행태는 ‘광분했다’ 는 표현이 들어맞는다”고 썼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