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군에서 ‘양심적 육류 거부’ 할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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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채식주의자나 무슬림 병사는 자신의 식문화에 따른 ‘양심적 육류 거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문화가족을 포용하는 범정부 대책의 하나다.
 

지난 22일 전문가 포럼에서 선보인 급식 배려 병사(채식주의 병사) 자율배식 실제 사례. [국방부 제공]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내년 채식주의자 병사 현황을 파악한 뒤 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고기ㆍ햄 등 육류를 제외한 비건(Veganㆍ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 식단을 제공할 방침이다.

채식주의자ㆍ무슬림 배려 차원
입대 전부터 개인 식생활 파악

식단은 밥ㆍ김ㆍ채소ㆍ과일ㆍ(연)두부 등 위주로 짠다. 채식병사에게는 우유 대신 두유를 준다. 육군 기준으로 하루 3000㎉의 열량을 맞추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대 지휘관은 채식ㆍ종교에 따른 급식 제한 때문에 병사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채식주의자ㆍ무슬림 등 ‘급식 배려 병사’를 위한 식단 마련에 힘쓰기로 했다. 지난 22일엔 단체 급식ㆍ식생활교육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포럼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군처럼 다양한 채소ㆍ과일을 마음대로 고르는 샐러드바의 운영, 젓갈을 뺀 백김치와 버터ㆍ우유 없는 식빵 제공 등 아이디어가 나왔다.
 

내년 2월 17일 시작하는 병역판정검사에선 신상명세서 맨 밑에 자신이 채식주의자를 밝힐 수 있는 항목이 들어간다. [연합뉴스]

또 병무청은 내년 2월 17일 시작하는 병역판정검사(옛 징병검사) 때 신상명세서에 ‘식문화 채식주의’를 조사하는 항목을 새로 넣는다. 이 정보는 입영 후 근무 부대로 보내진다.


입영 장정을 대상으로 세부적으로 식문화를 조사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돼지고기를 금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도축한 육류만 허용하는 이슬람 식문화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병무청 관계자는 “종교를 조사하면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입영 장정의 세부적 식문화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범정부 ‘다문화가족 포용대책’에서 나온 것이다. 범정부 대책엔 정부가 병역판정 검사ㆍ입영 안내 때부터 식생활을 확인한 뒤 채식주의자ㆍ특정 종교 병사에게 급식 대체품목을 줘야 한다는 방침을 포함했다.
 
또 앞으로 다문화 장병의 정의를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외국 국적인 장병에서 배우자가 결혼이민자인 장병으로 확대된다.


미국 육군 신병훈련소 식당 모습. 훈련병이 샐러드바에서 채소를 식판에 골라담고 있다. [미 육군]

미군은 일찍부터 채식주의자ㆍ특정 종교를 위한 급식을 마련했다. 채식주의자는 물론 할랄(무슬림), 코셔(유대교인) 인증 전투식량(MRE)을 갖추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대표적 채식주의자다. 군 관계자는 “부인도 채식주의자인 브룩스 전 사령관은 자신의 식문화에 적합한 사찰음식에 푹 빠졌다”며 “한국 측과 공식 식사 일정이 잡히면 늘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밝히고, 사전에 육류를 빼달라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