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모병제 30만 명 적정" … 육군은 병력 감축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14.08.13 01:45

수정 2014.08.1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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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입대 예정 아들을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입영거부 서명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모병제(募兵制) 청원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남북 분단 상황 아래 그동안 ‘성역’으로 간주돼 왔던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 즉 ‘징병제(徵兵制)’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나 정치인들도 모병제에 대한 긍정적 의견들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모병제로 50만 명 유지하려면
연 6조 더 들어 … 당분간 어려울 듯"
일부 "군, 장성 숫자 지키려 반대"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병사 비율을 줄이고 부사관과 초급장교를 늘려 소수 정예의 강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부사관(상사) 출신 국회의원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손인춘(새누리당) 의원도 “모병제로 전환하면 구타 등 각종 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있고, 20대의 사회 진출도 앞당겨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찬성했다. 이상목 국방대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징병제보다 모병제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모병제로의 전환은 가능할까. 당분간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군은 출산율 감소로 인해 현재 64만 명의 병력이 2020년대엔 50만 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정주성 책임연구위원은 “병역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수준의 모병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려면 매년 12만 명가량을 충원해야 한다”며 “연간 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력을 30만 명대로 줄여도 2조5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4년의 국방예산은 35조7056억원이다. 국방대 김준섭 교수는 “모병제로 할 때 국방예산을 25%가량 증액해야 하는데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또 있다. KIDA에 따르면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려면 병역 자원의 40%가 입대해야 한다. 그러나 모병제를 시행할 경우 지원자는 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병사들에게 현재 ‘유급지원병’과 같은 액수인 21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유급지원병은 의무복무 기간보다 연장(1년6개월 내)하고, 연장 기간 중엔 급여를 받으며 전문분야에 근무하는 병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것보다 이점이 낮기 때문에 지원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프랑스·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모병제 전환의 조건을 ‘병력 30만 명 이하,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에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병력을 30만 명 선으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육군을 중심으로 군은 병력 감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정예의 ‘강군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병력이 줄어들면 장성 숫자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병력 감축에 똘똘 뭉쳐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 정주성 연구위원은 “병역제도의 변화는 안보군사적 차원보다는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이다.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 대표적 징병제 국가였다. 그러나 베트남전을 거치며 모병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196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은 이 문제를 핵심 이슈로 잡고 ‘베트남 철수 및 모병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민주당의 허버트 험프리 후보는 ‘추첨식 징병제(Lottery Draft)’로 맞섰다. 결과는 43.4%를 득표한 닉슨의 승리였다.

유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