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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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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의 내가 본 희망과 절망] 희망과 절망은 한 몸이고, 동전의 양면이다. 누구는 절망의 조건이 많아도 끝까지 희망을 바라보고, 누구는 희망의 조건이 많아도 절망에 빠져 세상을 산다. 그대 마음은 지금 어느 쪽을 향해 있는가? 우리는 매 순간 무의식 속에 희망과 절망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은 눈금 하나 차이지만, 뒤따라오는 삶의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희망도 습관이다. 절망을 극복하게 만드는 희망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최대 원동력이다. 그동안 길 위에서 본 무수한 절망과 희망을 들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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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오래]쓰레기 봉지에 든 귤 껍질, 그건 천국의 향기였다

    [더오래]쓰레기 봉지에 든 귤 껍질, 그건 천국의 향기였다

    껍질에서 나는 향기는 태어나 처음 맡아보는 천국의 향기였다. 오래전 양평 벌판 쓰레기장에서 태어나 처음 만져봤던 그 귤을 화물차 한가득 실은 그날, 마당에 서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크게 성공했구나! 내가 이렇게 많은 귤을 가질 수 있게 되다니! 배가 터질 때까지 죽도록 먹고 먹어도 남을 귀한

    2021.06.20 07:00

  • [더오래]화물차 끌고 과일 장수로 생계 잇던 삼십 대 어느 겨울

    [더오래]화물차 끌고 과일 장수로 생계 잇던 삼십 대 어느 겨울

    지금 잠시 당신 인생에서 ‘그것은 나의 첫 번째 성공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을 떠올려보자. 이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성공(그러나 내겐 분명 첫 번째 성공이다)의 순간이 내게 있다. 이번엔 귤 한 가지만 단품으로 한번 실어볼까? 결정한 나는 단품으로 박스째 팔아넘길 귤을 화물차 천장에 닿을 정도로 가득 싣고

    2021.06.06 07:00

  • [더오래]남의 집 된장국 냄새 맡다가 불꺼진 집에 갔던 어린 시절

    [더오래]남의 집 된장국 냄새 맡다가 불꺼진 집에 갔던 어린 시절

    오늘은 나의 엄마와 우리집 남매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 친구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살았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한없이 부러웠다. 과거에는 배웅과 마중을 사람과 사람이 나눴다.

    2021.05.23 07:00

  • [더오래]병원에 너무 늦게 왔다며 날 괴물처럼 바라본 의사

    [더오래]병원에 너무 늦게 왔다며 날 괴물처럼 바라본 의사

    긴 세월 한쪽 귀와 뇌가 모조리 다 썩어 내린 기분이었건만, 이젠 그곳의 모든 재료가 바닥난 것일까? 결혼하고 나서, 사는 게 몹시 힘들었다. 나는 지금도 그대의 왼쪽에 앉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긴 세월 한쪽 귀를 잃고 살지만, 적응하고 자족하는 마음을 배웠다.

    2021.05.09 07:00

  • [더오래]오빠와 귀에 콩알 넣기 장난, 그게 삶 절반 꺾은 사고

    [더오래]오빠와 귀에 콩알 넣기 장난, 그게 삶 절반 꺾은 사고

    며칠 후 이제는 여덟 살 작은 오빠까지 얼굴과 목과 귀 주변이 붓고 열이 펄펄 끓었다. 어린 오빠 말에 의하면, 며칠 전 콩 털던 마당에서 동생인 나를 데리고 귀에다 콩알 여러 개를 넣고 누가 먼저 빨리 빼내나 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주먹질 선수인 아버지에게도 내 귀가 아프다고, 내 귀가 지금 점점 썩어들어 가

    2021.04.25 07:00

  • [더오래]내가 늘 왼쪽 끄트머리에 앉는 이유

    [더오래]내가 늘 왼쪽 끄트머리에 앉는 이유

    모임에 나가면 장소가 어디든, 나는 늘 왼쪽 끄트머리에 앉는 습관이 있다. 제자 분들은 스승인 내게 예의를 갖춰 테이블 중앙에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 부모님은 탈곡기 앞에 나란히 서서 한발로 풍금처럼 탈곡기 발판을 연거푸 밟아가며 거기에 온종일 콩을 털었다.

    2021.04.11 07:00

  • [더오래]셰익스피어와 사냥꾼, 그리고 노루

    [더오래]셰익스피어와 사냥꾼, 그리고 노루

    어떤 사람은 ‘이거다!’ 하고 목표를 정하면 화살촉이 일직선으로 날아가듯, 무작정 덤벼 다된 일을 눈앞에서 그르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같이 극단적 우유부단함을 갖고 살거나, 극단적 저돌성을 갖고 살아간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의 아들은, 잊을 만하면 그때 우리 기억 속으로 뛰어든 노루와 사냥꾼 이야기를 갑

    2021.03.14 07:00

  • [더오래]찬바닥에 무릎 꿇은 소나무에 고개 든 악몽

    [더오래]찬바닥에 무릎 꿇은 소나무에 고개 든 악몽

    몇 걸음 물러나 그 소나무를 보니 무릎 꿇고 비는 것처럼 보였다. "소나무야, 너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찬 바닥에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니?" . 긴 인생 살다 보면 그야말로 무슨 일은 없을까.

    2021.02.28 07:00

  • [더오래]80대 엄마에게 연하 남친이 생겼다

    [더오래]80대 엄마에게 연하 남친이 생겼다

    이런 내게 팔십을 넘긴 엄마 연세를 사신 노인의 이성이나 사랑이야기는 중요한 대화였다. 어떤 노인은 삼각관계로 고민하고, 어떤 노인은 짝사랑으로 애를 태운다고 했다. 또 어떤 노인은 이제 막 새로운 말벗을 만나 봄꽃처럼 얼굴이 핀 분도 있었다.

    2021.02.14 07:00

  • [더오래]우리에게 1년이 있는 이유

    [더오래]우리에게 1년이 있는 이유

    이렇게 나 자신을 격려하다 보면 음악과 커피는 어느새 내 체온 깊이 스며든다. ‘실수, 추락, 절망, 위로, 의리, 반성, 거울 보듯 인정하기, 힘들어도 시간 견디기, 두려움과 맞서기, 진짜 내 편과 남의 편, 용기, 제로에서 재도약, 숨 가쁘게 해치웠던 무수한 원고들, 몇 개의 심사, 몇 개의 수상 소식, 하늘에게 묻다,

    2021.01.17 07:00

  • [더오래]가을이 붉은 것은 누군가의 열꽃 때문일까

    [더오래]가을이 붉은 것은 누군가의 열꽃 때문일까

    텅 빈 집으로 들어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크게 튼다. 그러나 육십이라는 숫자에 아직 가 닿지 못한 내가 바라본 노년의 사랑은 단풍보다도 아름다웠고 그들의 이별 또한 유독 붉고 남다르게 다가왔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에는 사랑의 기쁨과 향수와 괴로움이 동시에

    2020.11.22 07:00

  • [더오래]호두 세 알을 평수로 치면 몇 평일까?

    [더오래]호두 세 알을 평수로 치면 몇 평일까?

    손바닥에 커다란 호두 세알이 담긴 사진도 같이 보냈다. 그 손에 담긴 큼직한 호두 세알을 보니 무척 실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내게 호두 세알만 준 것이 아니었다.

    2020.11.08 07:00

  • [더오래]나비야 나비야 내 머리에 앉지 마라

    [더오래]나비야 나비야 내 머리에 앉지 마라

    어떤 날은 큰 비로 근심하고, 태풍으로 근심하고, 어떤 날은 비가 안 와서 근심하고, 어떤 날은 강풍이 분다고 근심하며 바람 피해 없냐고 전화하신다. 지난주에는 이 세상 알밤이 한꺼번에 다 떨어졌을 텐데 그걸 다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로 엄마의 근심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엄마의 근심이 당신 혼자만의 것으로 끝나

    2020.10.25 07:00

  • [더오래]타인에게 ‘그 사람’으로 기억되는 우리

    [더오래]타인에게 ‘그 사람’으로 기억되는 우리

    내가 그 사람에게 전화해 그 일을 다시 꺼내고 설명했을 때 서로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일까? 타인의 오해에서 풀려날 나의 자유를 찾아야 하지 않나? 그냥 적당히 그의 기억 속에서, 나는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가는 것도 조용히 보내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몰라. 그 사람은 왜 그 당시 바로 내게 직접 전화해

    2020.10.11 07:00

  • [더오래]‘일하는’ 엄마의 새벽 알람은 주인집 괘종소리

    [더오래]‘일하는’ 엄마의 새벽 알람은 주인집 괘종소리

    나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 중 괘종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는 가장 귀했던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물건이 그 자리를 대신하곤 한다. 그렇게 또 뜬눈으로 자는 둥 마는 둥 벽에 기대어 기다렸다가 새벽 4시를 치는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 연탄불에 밥을 짓고 도시락

    2020.09.27 07:00

  • [더오래]엄마 등에 점 3개 있는 걸 50년만에 처음 알았다

    [더오래]엄마 등에 점 3개 있는 걸 50년만에 처음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선 나는 오십을 넘어 있었고 그 당시 꽃 같던 나의 엄마는 팔순을 넘어 계셨다. 나의 엄마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나의 엄마가 어떨 때 많이 웃으시는지, 나의 엄마에게선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걸 알았을 때는 참 서글펐다. "아, 이 모습이 나의 엄마 등이

    2020.09.13 07:00

  • [더오래]주변 10명 중 7명은 당신이 뭘 하든 관심 없다

    [더오래]주변 10명 중 7명은 당신이 뭘 하든 관심 없다

    살면서 내게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어쩌면 타인에게 미움 받거나 인정받는 일이란,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타인에게 미움 받을 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았다.

    2020.08.30 07:00

  • [더오래]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만들자

    [더오래]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만들자

    내 안에 나도 모르던 공간이 있던 것일까? 그동안 모르고 지냈는데, 어느 순간 텔레비전 소리와 에어컨 소리, 선풍기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반복되었고 창밖에서 울어대는 매미 울음소리는 누군가 볼륨을 한껏 키운 듯 더 크게 들려온다. 아무것도 안 하는 순간을 경험해

    2020.08.16 07:00

  • [더오래]키위 접시를 놓고 여자 3대가 나눈 무언의 대화

    [더오래]키위 접시를 놓고 여자 3대가 나눈 무언의 대화

    식사를 마치고 골드키위(엄마는 그동안 골드키위가 비싸 못 드셨다며 유독 잘 드셨기에 계속 사다 드리던 중이었다)를 접시에 담아 후식으로 내놓았다. "외할머니가 그렇게 살아남으신 덕분에 오늘의 저와 엄마가 있는 거네요. 감사해요. 헤헤헤. 할머니 혹시, 과거로 돌아가서 그 고생을 다시 또 하라면 할 수 있어요?" .

    2020.08.02 07:00

  • [더오래]지구, 이 작은 접시에 남은 음식 후손도 먹게 될까

    [더오래]지구, 이 작은 접시에 남은 음식 후손도 먹게 될까

    1층에서 먹고 남은 음식상이 2층으로 내려가고, 2층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상이 다시 3층으로, 이렇게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먹고 남은 음식상이 엘리베이터처럼 다음 층으로 수직하강 할 때 상 위에 남은 음식물에 침을 뱉기도 한다. 결국 영화 속 그들처럼 굶주림에 죽어가든지, 서로를 죽

    2020.07.19 07:00

  • [더오래]“오! 마이 갓” 남편이 마련해둔 시골 빈집 보니

    [더오래]“오! 마이 갓” 남편이 마련해둔 시골 빈집 보니

    당신은 온전한 정신을 위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 내가 타고 달리는 무궁화호 열차를, 나는 인공위성이 되어 우주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상상을 해본다. 어느 순간, 갑자기 서로의 인생에 끼어들어 서로의 삶을 매일 참견하고 감 놔라 배 놔라 아웅다웅 살아간다.

    2020.07.05 07:00

  • [더오래]가끔은 내 안의 등불을 꺼보자

    [더오래]가끔은 내 안의 등불을 꺼보자

    살다 보니 이젠 나도 면역이 생겨 그가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잦아도 내 팔자려니 했다. 이제는 전원생활에 마음을 모두 빼앗긴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은 주말이면 고등학교 동창을 따라 지방으로 사라졌다.

    2020.06.21 07:00

  • [더오래]인생 지치고 힘들 때 필요한 ‘내편’이라는 지지대

    [더오래]인생 지치고 힘들 때 필요한 ‘내편’이라는 지지대

    인생 여로에서 뜻밖의 강풍을 맞았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옥수수 모종들이 기댈 작은 나뭇가지처럼, 우리에게도 지지대가 필요한 날들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지지대가 되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익명에 기대어 무작정 돌부터 던져 상대를 흔들고 흠집 내고 후벼 파기보다는, 조용히 막대 하나

    2020.05.24 07:00

  • [더오래]아이 눈 속에 부모의 성적표가 보인다

    [더오래]아이 눈 속에 부모의 성적표가 보인다

    이렇게 감옥 아닌 감옥에 살다 보니 불과 작년에 남편과 다녀온 중국여행과 딸과 다녀온 캄보디아 여행이 꿈처럼 아득하다. 다섯 식구가 함께 여행을 온 가족이었는데 아빠가 아이들 챙기는 모습을 보니 세 아이의 얼굴이 특히 밝았던 이유를 알만했다. 그 가족의 아빠도 아이들이 더위 먹을까 걱정되었는지 물병을 들고 연

    2020.05.1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