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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혹은 검사 3학년CHAPTER 3.

생활 검사의 하루

장진영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 검사의 방.
장 검사는 컴퓨터 모니터에 ‘검사 선서’와
딸이 그린 그림을 붙이고 일한다.

영감님 혹은 검사 3학년CHAPTER 3.

생활 검사의 하루

오늘도 야근

내러티브 리포트

※본 기사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여명의 전현직 검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현직 검사 시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검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 터졌습니다. 이번엔 현직 부장검사와 고교 동창생의 스폰서 비리 의혹이군요. 이러니 사람들이 검사는 다 스폰서랑 고급 술집이나 다니는 줄 아는 겁니다.

야근하려고 구내 식당에서 식판 들고 있자니 속이 터집니다. 어제도 여기서 밥 먹고 밤 10시가 다 돼서 퇴근했는데 말입니다. 월말이면 자정 넘는 날도 많아요.

일선 검사들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일부 높으신 양반 몇 분이 저렇게 물을 흐리니 참 일할 맛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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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400명 조사

검사 수 많이 늘었지만 사건 피의자도 계속 늘어 검사 여전히 업무부담 커

그래도 일은 해야죠. 전 군대로 치면 보병쯤 되는 형사부 검사니까요.

한 달에 처리하는 사건이 약 200건. 사건마다 당사자가 양쪽이니 최소 2명이잖아요. 그러니 전 적어도 400명을 조사해야 합니다. 한 달에 20일 근무하니까, 하루에 10건은 처리해야 하고 그러자면 매일 20명을 조사해야 한단 계산이 나옵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당연히 안되죠. 그래서 주말에도 최소 하루는 나와 일합니다.

그나마 대도시에 근무하는 전 나은 편이에요. 지방에서 근무하는 제 동기 검사는 한 달에 300건 처리한답니다. 같은 부에 휴직한 검사라도 있으면 사건 배당량은 더 늘어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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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출퇴근

공무원/검사 전체 인원 중 육아휴직자 비율

일이 많다 보니까 가정 생활은 엉망이에요. 아내가 고생이 많죠. 제 아내는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우울증까지 앓았어요. 그때 제가 정말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여검사들 육아 얘기는 눈물 없인 못 듣습니다. 퇴근해서 아기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도 캐비닛에 쌓여 있는 사건 서류를 보면 발길이 안 떨어지는 거죠. 출산 직후 바로 출근했다가 산후조리원으로 퇴근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우린 이렇게 사는데 대체 뉴스에 나오는 분들은 언제 그렇게 사람 만나고 술 마시는지 신기합니다. 솔직히 저도 뉴스 보면서 ‘저 정도면 특권층 맞네’ 했어요. 처가 건물은 대기업이 매입해주고, 전화 몇 통으로 오피스텔 112채 살 만큼 변호사비 받았다? 그건 특권이죠. 같은 검사가 봐도 이런데, 일반 국민 입장에선 어떤 기분이 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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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검사의 하루

마이너스 통장 인생

하지만 저 그런 특권 누려보자고 사법시험 본 거 아닙니다. 권력욕이 엄청난 사람도 아니고요, 성공에 목 마른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사람)'도 아닙니다.

판사·변호사 놔두고 검사 되겠단 사람들 보면 정의감이랄까요, 그런 게 있어요. ‘법 공부해서 억울한 사람은 없게 하겠다’거나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 같은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생각 한 번 안 해본 검사, 없을 겁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검사가 된 겁니다.

검사는 돈도 많이 못 벌거든요. 정부가 공무원 보수 현실화한다고 하면서 월급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건 최근 몇 년 일이에요. 게다가 검사는 지방 근무하잖아요. 저는 아내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서 지방 발령받으면 늘 두 집 살림하거든요. 생활비 정말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같이 살면 안쓸 교통비도 들어가요. 외벌이 부부인 검사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족은 서울에 있고 본인만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어디 그 뿐인가요? 검사는 수사관들과 팀으로 일하잖아요. 그 분들이랑 밥 먹으러 가서 “같은 공무원이니 더치페이 하시죠” 이런 게 되겠어요? 밤 늦게까지 야근하면 택시비라도 챙겨드려야 합니다.

무조건 선배가 계산하는 검사 문화도 팍팍한 살림살이에 한 몫합니다. 젊을 땐 돈 쓸 일이 많이 없어서 좋은데, 나중에 큰 부담이 되죠. 친한 선배 한 분은 부장 승진하고 나서 장인 어른이 용돈 주더랍니다. 후배 검사·수사관들 하고 회식이라도 한 번 하라고 말이죠. 부장쯤 되면 아이들도 중·고등학교 다니잖아요. 한창 사교육비 들어갈 때죠. 외벌이인 부장 검사 중엔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꽉 차서 변호사 개업한다는 분들도 적잖아요. 검사가 마이너스 통장이라니, 상상도 못하셨죠?

GALLERY검사,어제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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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검사의 하루

정년퇴직이 꿈

검사 되면 ‘영감님’ 소리 들으면서 대우받는 거 아니냐고요? 아뇨, 전 영감님 소리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아, 한 번 있네요. 지청 근무할 때요. 워낙 규모가 작은 소도시다 보니 검사가 몇 명 안 됐는데요, 그때 연세 많은 변호사님이 그렇게 부른 적이 있어요.

이 이야기 듣고 ‘지방 근무하면서 나쁜 물 든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하실까봐 노파심에 한 마디만 더 드리자면, 요즘은 소도시라고 갑질 못합니다. 그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디 지청 검사님이 이러더라’ 이런 내용 올라오면 바로 징계 받겠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전관예우도 남의 일 같아요. 요즘 젊은 검사들 꿈이 뭔 줄 아세요? 정년퇴직 하는 거에요. 고등검찰청은 수사 안하잖아요. 고검 차장검사·부장검사 정도 되면 연봉은 1억원 정도 되는데 칼출근·칼퇴근 가능하거든요. 얼마나 좋아요? 요즘엔 동기 승진했다고 옷 벗고 이런 거 없습니다. 변호사가 하도 많아서 개업해 봐야 별 볼 일 없으니까 정년 채우는 게 낫다는 거죠. 홍만표 변호사 사건 때 오피스텔 112채 얘기에 박탈감 느낀 건 검사도 마찬가지였다니까요.

결혼 잘한다는 것도 옛날 말이에요. 제 아내도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저희들끼린 '대단한 집들이 이미 검사 사위 다 봐서 더 이상 자리가 없다'는 우스개 소리도 하죠. 부부 법조인이 는 건 확실히 체감할 정도의 변화긴 해요. 여성 법조인이 그만큼 늘었으니까요.


아, 이제 밥 다 먹었으니 올라가야겠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대단한 양반들 얘기 해봐야 무슨 소용 있나요. 그냥 일이나 하렵니다. 그래야 퇴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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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검사의 하루

인원 늘었지만
사건 더 늘어

데이터로 본 ‘생활검사’

전현직 검사들이 말한 검사의 삶을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봤다.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검사에게 흔히 따라붙는 표현이다. 실제는 어떨까.

검사 현원은 그간 꾸준히 늘었다. 463명(1983년)에서 2058명(2016년)으로, 지난 30년간 4.4배가 됐다(인사혁신처 통계연보). 하지만 검사 한 사람이 담당하는 형사사건 피의자 숫자는 크게 줄지 않았다. 1인당 연 2016명에서 1240명으로, 30년간 40% 감소하는 데 그쳤다.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1983년 검찰은 93만 명의 형사사건 피의자를 처리했는데, 2015년에는 이 인원이 249만 명으로 늘었다. 고등검찰청 검사나 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이상을 제외하면 일선 평검사 1명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더 많다.

육아휴직자 비율에서도 검사의 업무 환경을 엿볼 수 있다.

검사의 평균 연령은 40.3세(2016년 『한국법조인대관』 기준). 평균 연령 43.2세인 전체 공무원보다 젊다. 특히 10년차 이하 젊은 검사 중 여성 비율이 44%인 걸 고려하면 육아휴직자도 많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2015년 현재 검사 전체 인원 대비 육아휴직자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전체 행정부 국가공무원(5.6%)에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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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급 10년 전의 4배

검사 봉급 변화 (세전 기본급)
※자료: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예상 연차 초임
(군 미필 기준)
11~12년차 21~23년차 검찰 총장
2016년 285만5600원 493만4500원 663만2200원 750만4000원
2000년 97만8400원 134만9100원 179만3800원 260만5000원
2004년 147만400원 233만500원 340만원 395만원
2008년 210만6600원 332만4500원 516만4000원 594만6800원
2012년 250만8500원 433만4600원 582만5800원 659만1700원

"생각만큼 급여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지방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생활비가 이중으로 든다." -박종선 서울중앙지검 검사

"검사가 팀 직원들 회식하는데 검사가 ‘같은 공무원이니 각자 내자’ 할 수는 없지 않나. 검사 혼자 벌어서는 저축만 못하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을 써야 한다." -김기표 변호사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과거 검사 급여는 박봉이었다. 2000년 초임검사 월급(세전 기본급)이 97만8400원, 검찰총장 월급은 260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당시의 3배다. ‘공무원 보수 현실화’ 정책에 따라 지난 15년 간 판검사의 급여가 지속적으로 인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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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검사 월급 413만원

2016년 검사 기본급 + 수당 (세전)
*연간 지급분을 12개월로 나눈 금액
※자료: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예상 연차 검찰총장 21~23년차 11~12년차 초임
(로스쿨 출신)
기본급+수당 1천173만5093원 1천59만393원 787만8655원 412만8164원
기본급 750만4000원 663만2200원 493만4500원 285만5600원
수사지도수당 40만원 20만원 15만원 10만원
직무성과금
(월 평균)
대상 아님 75만5392원
(평균치)
75만5392원
(평균치)
대상 아님
관리업무수당 67만5360원 59만6898원 44만4105원 25만7004원
정근수당
(월 평균)
62만5333원 66만2683원 47만1208원 대상 아님
직급보조비 165만원 95만원 50만원 50만원
정액급식비 13만원 13만원 13만원 13만원
명절휴가비
(월 평균)
75만0400원 66만3220원 49만3450원 28만5560원

검사는 호봉제로 급여를 받으며, 세부 항목과 액수는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이하 검사보수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다. 로스쿨과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신규 임용된 검사는 각각 1호봉/2호봉을 받으며, 군필자는 복무기간만큼 호봉을 인정받는다.

정액급식비(월 13만원), 명절휴가비(월급 60%를 설과 추석에 지급), 정근수당(근무 연수에 따라 월급 5~50%를 연 2회 지급) 등은 공무원들이 보편적으로 받는 수당이다. 직급보조비도 공무원 공통이다. 다만, 검사는 임관하자마자 3급 대우를 받으므로 직급보조비가 최저 월 50만원에서 시작한다. 고위공무원들이 받는 관리업무수당(월급의 9%)도 받는다.

수사지도수당과 직무성과금은 검사만 받는 수당이다. 모든 검사는 연차에 따라 월 10만~40만원의 수사지도수당을 받는다. 직무성과금은 15호봉 이하(22~23년차) 모든 검사에게 연 2회 준다. 액수는 검사의 직무 난이도와 책임에 따라 다른데, 지난해 9호봉 월급(512만13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검사 1인당 평균 450만원이 연 2회 지급된다(월 평균 약 75만원).

이런 기준에 따라 실제 검사가 받는 월 급여(세전)와 수당은 표와 같다(자녀학비지원액과 연가보상수당 제외). 연 2회씩 지급되는 명절휴가비와 정근수당, 직무성과금은 연간 지급액을 12개월로 나눠 계산했다.

검사의 이런 급여 수준은 사회 평균적인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더구나 검사의 생애 수입은 현직 수입과 다를 수 있다. 퇴직 후 변호사 개업으로 높은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들은 "상당 부분이 검사실 운영비로 지출된다"고 말한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개업 후 '기대 수입'도 과거처럼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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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영감님 혹은 검사 3학년CHAPTER 4.

20:80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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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동일체 원칙
상명하복의 문화

“유별난 검사 한 명의 일탈 행위로 봐선 안 된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조직폭력배의 절대 복종 문화로 변질됐다는 게 드러난 사건이다.”

지난 5월 서울 남부지검 김홍영 검사가 부장 검사의 폭언·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을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당하더라도 상사의 지시는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검찰 조직 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2년 차 젊은 검사를 자살로 내몬 검사동일체 원칙은 대체 무엇일까.

한 마디로 ‘검찰 조직은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각 검사는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할 때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대신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에 따라 일한다’(검찰청법 7조). 이런 검사동일체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어떤 검사에게 수사를 받느냐에 따라 구형량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 간부가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빌미’라는 비판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실제로 2003년 검찰청법이 개정 되기 전까지 검사동일체 원칙 관련 법 조항은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 대신 ‘상사의 명령’, ‘따른다’ 대신 ‘복종한다’고 돼 있었다. 상급자의 지휘에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이의제기권도 그 땐 없었다. 오늘날 검찰 조직 내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이 상명하복의 문화로 변질된 바탕이 바로 이때의 조항이다.

이를 두고 계속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법이 개정됐지만,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독립체(헌법 103조)인 판사와 달리, 검사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상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대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 김진태씨는 아들의 자살에 "(검찰 내) 상명하복의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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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피라미드 구조

검찰 특유의 피라미드 조직 구성도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한몫했다.

어느 조직이든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줄고 권한은 커진다. 하지만 검찰 조직은 유난히 상층이 뾰족한 '극단적 피라미드' 형태다.

보통 차장 검사 1명이 부장 검사 5~6명을 지휘하고, 부장 검사 1명이 검사 4~10명을 지휘한다. 차장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만 3명이 있고 서울남부와 인천ㆍ수원ㆍ대구ㆍ부산 5개 지검에는 2명이 있다. 그 외 12개 지검은 1명 뿐이다. 보통 고위 검사로 부르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는 각 지검장과 고검장, 고검 차장 검사 등 현재 단 45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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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3학년
그리고 근무 연(緣)

검사들이 상사의 명령을 거스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초임 시절 상사의 평가가 이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임용 후 세 번째 부임지까지의 기간을 '학년'이라고 부른다. 초임지가 1학년, 이후 부임지가 바뀔 때마다 학년이 하나씩 올라가며 세번째 부임지가 3학년이 된다. 전·현직 검사들은 “5~6년가량 되는 이 기간 동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는지가 향후 검사 생활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릴 때 함께 일했던 부장 검사나 차장 검사에게 ‘일 잘하는 후배’라는 인상을 심어주면, 그 상사가 주요 보직을 받아 팀을 꾸릴 때 자신을 끌어준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이런 선후배 관계를 ‘근무 연(緣)’이라고 부른다. 청와대가 임명하는 검찰총장은 정권에 따라 출신지나 출신 대학, 성향 등이 달라진다. 반면 평검사 인사에선 근무연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검사들 얘기다.

로스쿨 1기 출신으로 2012년 임관한 김석순 검사는 “근무연은 결국 상사의 정성 평가로 볼 수 있다”며 “능력에 기반한 평가인 만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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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꽃은
공안·특수?

일반 회사에 영업·기획·마케팅 등 여러 부서가 있듯, 검찰에도 여러 ‘전공’ 분야가 있다. 크게 고소·고발 사건과 강도·살인 등 강력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학원·노동·선거·북한 관련 사건을 맡은 공안부, 대기업과 방위사업 등 대형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로 나뉜다. 검사들 사이에선 발생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보다 검사가 수사의 범위와 방식을 정할 수 있는(인지·기획 수사) 공안·특수부가 더 인기다.

검사 1~3학년 때 공안·특수부에서 일하거나, 이들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상사와 근무연을 쌓으면 계속 이런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 번 공안은 영원한 공안’, ‘한 번 특수는 영원한 특수’라는 말이 생긴 건 그래서다. 근무연이 ‘라인’으로 해석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사 출신 김기표 변호사는 “수사 성과를 내려면 공안이든 특수든 '해본 사람'을 데려다 쓸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선 라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론 검증된 사람을 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안·특수부가 인기인 건 이런 곳에서 일할 수록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소위 '큰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사건을 맡으면 그만큼 큰 성과를 낼 가능성도 커진다. 쉽게 말해 형사부 검사가 사기범·살인범을 구속한다면 특수부 검사는 대기업 회장, 공안부 검사는 국회의원을 구속한다. 한 마디로 ‘자리가 성과를 낸다’는 얘기다.

게다가 공안·특수부 사건은 사회 여론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이들 부서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검찰 내 승진은 물론 정권 실세의 눈에 들기도 쉽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표적인 공안통,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명한 특수통이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형사부만큼 중요한 부서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형사부에서 처리하는 강력 사건 등은 일반 국민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있다. 일테면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같은 사건을 형사부 검사들이 수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검찰 안팎에서 주목 받으려면 공안·특부수가 성과를 내야 하니 지검장도 소위 똘똘한 검사를 그런 부서에 더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일반 국민이 받는 법률 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뜻”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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