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cm '러시아 요정' 속
토종 한국 요정,

손연재 비상할까

손연재의 순위는 세계 5위,
그런데 왜 국제적으로 주목받을까?


'한국의 손연재가 포르투갈에서 리듬체조 역사를 썼다'

2014년 국제체조연맹(FIG)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을 크게 장식한 제목이다.
손연재가 2014 리스본 리듬체조월드컵 4관왕을 차지한 직후의 일이다.
세계 1위도 아닌 손연재에게 왜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올림픽 리듬체조 메달을 따간 나라들 그래픽 올림픽 리듬체조 메달을 따간 나라들 그래픽

리듬체조는 동양인이 발 붙이지 못한 종목이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가 줄곧 금메달을 싹쓸이해왔다. 신체적으로 유리한 데다, 리듬체조 인프라와 육성 시스템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 part 1 ]

러시아 텃밭에
갑자기 나타난 한국인

평균 키 170cm 유럽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리듬체조계에서
165cm 손연재의 존재는 독특했다.

한국 평균보다 크고 마른
손연재


손연재는 키 165cm에 몸무게 45~46kg, 체질량지수(kg/㎡) 16.5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연령대의 한국 여성보다 마른 몸이다.

손연재와 우리나라 평균 여성 비교 손연재와 우리나라 평균 여성 비교

하지만 리듬체조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듬체조 Top Class의 신체 조건은 아래와 같다.

FIG 순위 기준 TOP7 - 손연재 5위 FIG 순위 기준 TOP7 - 손연재 5위
리자트디노바 손연재 스타니우타 신장 비교 리자트디노바 손연재 스타니우타 신장 비교

리듬체조는 신체조건이 중요한 종목이다.
긴 팔과 다리, 고무줄 같은 유연성과 체력이 필요하다.
이번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 메달권 선수는 손연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170cm 이상의 큰 키를 갖췄다.

동양인의 신체 특성상 손연재는 동유럽 및 러시아권 선수에 비해 팔, 다리가 짧고 허리선이 비교적 가늘지 않다.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손연재는 철저한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
경기 전에는 100g 단위로 체중을 관리한다. 미세한 차이가 연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샐러드와 약간의 고기가 주식이다.

손연재 박태환의 식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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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2 ]

손연재,
리우 해답은 [    ]에 달렸다

손연재가 주목받는 것은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노력으로 넘어서고 있어서다.

올 시즌 손연재는 강해졌다.
특히 주특기인 ‘포에테 피봇’이 완벽해졌다. 포에테 피봇은 한쪽 다리를 축으로 삼고 다른 쪽 다리를 돌려 회전하는 동작이다. 키가 크면 무게중심이 분산되므로, 키가 작은 손연재에게 유리한 기술이다.

지난해까지는 다리를 굽혀서 돌아 회전당 0.1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다리를 곧게 펴 회전당 0.2점씩 받는다.
회전 때 흔들렸던 중심축도 안정됐다.

변화의 비밀은 ‘코어운동.
겨울 동안 손연재는 코어(복근∙허리)의 근력 운동에 매진했다. 1분 50초 무대를 끝까지 집중할 체력이 강해졌다.

손연재의 현 세계 랭킹은 5위, 현실적 목표는 동메달이다.
세계 3위인 알렉산더 솔다토바는 이번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
국가별 2명만 출전할 수 있는데, 세계 1,2위가 모두 러시아 선수이기 때문.

[ part 3 ]

손연재의 라이벌은?

손연재의 동메달 경쟁자는 간나 리자트디노바(4위•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6위 •벨라루스)다.

손연재의 동메달 경쟁자는 간나 리자트디노바(4위•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6위 •벨라루스)다.

리자트디노바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리듬체조의 정석’이라 불린다. 열성 팬덤도 거느렸다.
그가 포디엄에 들어서면 유럽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진다.

리듬체조 전문가들은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이 리우올림픽 금,은 메달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3위 자리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가 리자트디노바다.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에스포 월드컵을 제외하면 모두 손연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93년생인 리자트디노바는 손연재보다 1살 많다. 이번 리우가 선수로서 마지막 올림픽이 될 확률이 높다.

스타니우타는 ‘벨라루스의 엄친딸’로 불린다. 증조 할머니가 벨라루스의 유명 영화배우라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2015년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동메달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 불안정한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톱 랭커 선수임은 분명하다. 볼과 후프에 강하다.

스타니우타의 부상투혼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발등 뼈가 부러진 상태로 2010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연기해 개인 종합 3위와 로프 종목 3위를 차지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톱10에 들지 못하며 잠시 슬럼프를 겪었지만 2013년부터 각 대회의 메달을 휩쓸었다. 2013 페사로 월드컵에서 금메달 4관왕을 기록했다.

손연재와 라이벌 선수들
최근 성적 비교


2016년 국제대회 개인 종합 점수 손연재 2위를 나타내는 그래프

리듬체조 3인자의 자리를 놓고 세 선수는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손연재는 개인 종합 점수를 계속 끌어올려 지난 6월 과달라하라 국제체조연맹월드컵, 7월 카잔 국제체조연맹월드컵에서 에서 각각 74.659점, 74.900점으로 자신의 생애 최고점을 연달아 경신했다.

그러나 경쟁자들 역시 만만치 않다. 리자트디노바는 지난 5월 소피아 월드컵에서 0.050점 차로 손연재를 제치고 은메달을 땄다. 거의 매 대회마다 간발의 차로 손연재를 앞서고 있다. 스타니우타는 두 사람의 뒤를 바짝 좇는다.

신체적 열세를 훈련과 자기관리로 극복해 온 손연재,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섰다.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