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과 기보배,
누가 더 명궁일까?

사진 : MBC

‘주몽이랑 기보배랑 활싸움하면 누가 이길까?’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반응은 크게 갈렸다.

주몽이 한 수 위라는 반응들.
"기보배도 우리나라 1위 유지는 불가능할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주몽이지. 그 당시에는 정말 '구린' 활을 썼을텐데..."

접전을 점치는 반응.
"정말 혈전이 일어나겠는데."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금메달 따는 것보다 힘들다는 게 사실이야?"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물어봤다.

기보배 선수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제가 이길 거 같은데요."

"비슷비슷할 거 같은데요."
여자양궁 대표팀 최미선 선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만약 본인이 대결을 한다면요?" 묻자..
"자신있게 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결을 해야겠죠."
평소 '양궁 대표팀의 모범생'으로 불리는 최미선 선수다운 답변이다.

문형철 양궁대표팀 총감독의 생각은 이렇다.
"저도 주몽 드라마를 즐겨봤는데 거짓말이 너무 많아요. 저는 우리 애들이 더 낫다고 봅니다."

김영숙 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에게 과학적인 분석을 요청했다.
"주몽이 살았던 당시 상황을 보면 경쟁이 구조화되지 않았을 거에요. 극도의 경쟁 상황에서 한 발 한 발 활을 쏘는 상황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활을 쏠을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저는 기보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몽의 후예' 유전자부터 다르다?

30년 가까이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는 한국 양궁. 덕분에 각종 속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주몽의 후예라 유전자가 남달라서 활을 잘 쏜다’는 말이다.

고구려 동명성왕은 단 한 차례의 실수도 보인 적이 없어 일찍부터 주몽(朱蒙)이라 불렸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활 잘 쏘는 사람을 선사(善射)라 칭했다. 주몽은 바로 선사라는 뜻이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동명왕편에 나오는 주몽의 일화다.

"주몽은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벌써 말을 했는데 파리가 귀찮아 잠을 잘 수 없다고 활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한 다음 그것을 쏘니 파리가 백발백중으로 잡혔다."

국궁(우리 활)이 양궁(서양 활)보다 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한다. 양궁의 활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D자 모양이지만, 국궁은 크기가 작으면서도 옆으로 세운 W자 모양이라 탄력이 훨씬 크다.

대신 국궁은 흔들림이 있어서 양궁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양궁은 얼마나 가운데 과녁에 가깝게 맞추었느냐를 보지만 국궁에서는 작은 과녁을 맞췄는지를 평가한다.

만약 주몽이 국궁을 들고, 기보배가 양궁을 들고 쏘면? 정확도 면에서 주몽이 기보배를 능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 양궁, '우연'에서 시작해 세계를 제패하다

양궁이 스포츠가 된 건 20세기 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이후 리우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 자리를 지켜 왔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1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여자 단체전은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꾸준한 투자, 파벌 없는 협회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문형철 국가대표 감독 "처음 활을 잡았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선수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 양궁 지도자들이 일찍부터 과학적인 지도에 눈을 떴구요. 스폰서 기업의 꾸준한 투자와 파벌이 없는 협회의 투명한 운영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영숙 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 "선수들의 평소 훈련량이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선수들의 노력이 지금의 영광을 만들었습니다."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극한의 경쟁 상황에 꾸준히 노출돼, 이를 극복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경쟁을 즐기는 선수가 국가대표에 오르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 같습니다. 스포츠 과학의 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경쟁 즐기는 선수가 국가대표 된다
한국 양궁, '전관왕 프로젝트' 발동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도 아직 전 종목을 석권한 적은 없다.

대한양궁협회는 런던 대회 직후부터 전관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후원사인 현대자동차, 전문연구기관인 스포츠개발원도 힘을 보탰다.

리우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삼바드롬과 똑같이 태릉선수촌 훈련장을 꾸몄고, 신호기를 비롯해 전광판·득점판·풍향기 같은 모든 시스템을 리우 현지와 똑같이 맞췄다. 세계양궁연맹 대회에서 사용하는 음악이나 슛오프 때 심장 뛰는 소리까지 준비했다. 헝가리에서 만든 전자표적판도 설치했다.

후원사 현대자동차는 자체 기술로 슈팅머신과 비파괴 검사를 비롯해 3D 프린터를 활용한 맞춤형 그립 제작을 지원했다. 또 스포츠개발원은 뇌파훈련으로 선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모바일 게임으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