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vs 제임스 본드
누가 더 총을 잘 쏠까?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진종오 선수는 전 세계에서 권총을 가장 잘 쏘는 사나이다.

'사격의 신(神)'이라 불린다.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를 땄다. 앞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50m 권총, 2012년 런던 올림픽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신기록 역시 진종오가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3년 7월7일 50m권총에서 200.7점, 2015년 4월12일 10m공기권총에서 206.0점을 쐈다. 결선 만점은 218점이다.

2008년과 2014년에는 국제사격연맹이 주는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받은 국제축구연맹-발롱도르에 버금가는 상이다.

사격의 신 vs 명사수 스파이 사격의 신 vs 명사수 스파이

지난 7월 5일 한화회장배 사격대회가 진행되는 충북 청주종합사격장. 진종오는 이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해 4관왕에 올랐다.

실내사격장에는 실전 중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종오가 경기에 몰입해있던 그 순간, 때마침 흘러나온 음악은 영화 007의 배경음악.

갑자기 궁금해진다.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와 진종오 중
누가 더 권총을 잘 쏠까?

제임스 본드는 이 정도다.

하지만 진종오도 뒤지지 않는다.

둘의 실력을 비교하면?

진종오를 잘 아는 측근들에게 물었다.

내가 서부시대에 태어났다면 내가 서부시대에 태어났다면

Q. 007 영화 본 적 있나?

최근 ‘스카이폴’까지 본 것 같습니다.

Q. 만약 본드와 표적지에 대고 사격하면 누가 이길까요?

제임스 본드가 워낙 총을 잘 쏘는 인물로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직업이 (사격) 선수니까 아무래도 총을 잡았을 때 (이길) 자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서바이벌 게임처럼 실제로 맞붙으면?

그러면 질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Q. 스나이퍼, 저격수를 꿈꾼 적이 있나?

어릴 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 스나이퍼 나오고 특전사 나오고 그런 것을 봤습니다. 총에 관심도 많았는데 ‘총으로 할 수 있는 게 이런 게 있구나’ 해서 (저격수가 되는)꿈을 꿨어요. 하지만 현실은 몸도 건강해야하고 여러 가지 (조건이) 따라서 꿈을 접었습니다. 그래도 체험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Q. 만약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태어났다면?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총으로 먹고 살던 시절이니 아마 어디쯤의 지주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종오의 전용 무기, 총-안경-신발 진종오의 전용 무기, 총-안경-신발

'사격의 신'은 그만의 무기를 지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10m 공기권총 'CM162 EI', 50m 권총 'CM 84E'다.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Morini)가 진종오 한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축구화가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듯, 진종오가 쏘는 총은 전 세계 선수들이 따라 쓴다. 그래서 모리니는 올림픽 금메달 1순위 진종오를 위해 특별판을 제작해줬다.

색상과 디자인은 포뮬러원(F1)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독일)의 레이싱카를 참고했다. 제작기간만 2년. 진종오는 지난 4월부터 이 총을 사용하고 있다.

강렬한 빨간색 총렬에 총번은 1번, 'No.1(넘버원)'이다. 한글로 '진종오'도 새겼다. 진종오 손의 본을 떠 그립 부분을 정확히 맞췄다. 방아쇠에 손만 닿아도 격발이 이뤄질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됐다.

진종오는 사선에서 특이한 신발을 신는다. 역도 선수들이 신는 역도화다. 진종오는 2009년 미국 콜로라도 미국 사격대표팀 훈련장에서 합동훈련을 하다가 역도화 신은 선수를 처음 봤다. 그후 진종오는 역도화를 구해 신고 있다.

진종오는 "역도화는 신체 균형을 잘 잡아준다. 편해서 장시간 서서 총을 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또 대학시절 시력이 1.5였지만 0.6까지 떨어진 진종오는 표적을 더 정확히 보기 위해 독일제 사격 안경을 착용한다.

진종오의 총 진종오의 총

Q. 총과의 궁합은?

아직은 절 거부하는 거 같은데, 조금 더 달래서 궁합이 확실해 지도록 할 겁니다.

Q. 특별한 총으로 쏘면 뭐가 다른가?

자신감이죠. 기계라는 게 완벽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제가 (총을) 믿으니깐 시합할 때도 ‘나만 실수 안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쏠 수 있습니다.

Q. 값을 매길 수 없다는데?

제가 안 팔 것이기 때문에 값을 매길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값을 매기고 싶지도 않고. (이 총은) 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저랑 한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박물관에 진열해 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우리나라 박물관에 제 총 좀 진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Q. 총과 한 몸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

눈을 감고 쏴도 표적에 맞는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눈 감고 쏘면 안 맞아요. 그런데 가끔 아차 싶었는데도 (과녁 중심에서) 심하게 안 빠질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우린 항상 10점 쏘는 연습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몸이 기억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차 싶어도 크게 실수를 안 하는 것 같아요.

Q. 방아쇠를 당길 때 예민하다는데?

좀 예민한 것 같아요. (제 총) 방아쇠가 손만 얹어놔도 격발이 되거든요.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전 (방아쇠가) 센 것보다 약한 게 좋더라고요. 이 정도로 예민한 방아쇠를 계속 당기려면 더 예민해져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많이 민감하게 쏘는 편인 것 같아요.

'올림픽 3연패' 역사 명중

총과 한 몸이 된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50m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름•겨울 올림픽을 통틀어 개인 종목 3연패를 이룬 한국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세계 최고의 명사수 진종오는 리우에서 한국스포츠의 역사를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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