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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그 날 무엇을 했을까 ?

데이터로 분석한 대통령의 365일

INTRO

“대통령은 (중략)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할 책무를 지며 그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은 이렇게 시작했다. 대통령의 하루는 그만큼 중요하다. 막중한 책임과 의무의 연속이다.

0 0 0 0 일정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년, 365일, 8760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을까? 청와대가 공개한 공식 일정(2018년 5월 1일 기준)을 분석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공식 대통령 일정을 분석했다. 청와대는 2017년 10월부터 한 주간의 공식 업무일정을 그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일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일정이 해외 순방ㆍ외부 행사 등 몇몇 분야에 국한돼 있고, 정치ㆍ국방 등의 이슈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긴급 회의 일정은 빠져있다.

중앙일보는 보다 세부적인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청와대는 “이미 홈페이지에 올린 일정만 공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방문자 600만명의 명단을 공개 했다.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일정을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방문자 공개를 중단해, 시민단체와 소송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 일정의 전면 공개’를 공약했고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WHAT그 날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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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장소 일정명

SUMMARY공개 일정 절반이 ‘외교’

대통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 모든 현안을 알아야 하고, 어느 것을 우선할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난 1년 대통령이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 분야는 무엇인지, 일정별 빈도를 들여다봤다.

외교44%, 대국민/홍보13%, 경제산업11%, 정치10%, 국방6%, 스포츠5%, 북한5%, 일자리/복지/문화2%, 종교/노동1%
외교44%, 대국민/홍보13%, 경제산업11%, 정치10%, 국방6%, 스포츠5%, 북한5%, 일자리/복지/문화2%, 종교/노동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년 전체 일정의 절반(약 44%)을 ‘외교’ 분야에 썼다. 총 977건의 일정 중 비서관 회의 등 일상적인 일정을 제외한 390건의 일정을 분석한 결과다.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특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교류가 잦아지며 두드러졌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그 절정이었다. 이외에 한-아세안 정상회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방중 일정 등이 있었다.

‘대국민ㆍ홍보’ 일정의 비중도 높았다(13%).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 지진, 12월 충북 제천 화재 때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다. 취임 첫해 대내적으로는 민심 챙기기, 대외적으로는 외교력 강화에 비중을 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SUMMARY1년간 해외순방 8번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총 8차례 해외 순방을 했다. 미국에 2차례(2017년 6월 워싱턴-한ㆍ미 정상회담, 9월 뉴욕-UN 일정), 중국과 러시아에는 각각 1회 다녀왔다. 정상회담을 기준으로 4강 외교를 보면 미국, 중국, 일본과 3차례, 러시아와는 2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가 결정한 사드 배치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취임했다. ‘북핵 위기 해결’과 ‘대중 관계 복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미국도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복잡한 외교안보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어 12월 중국을 방문해 사드로 경색된 대중 관계를 풀었다. 22일엔 두 번째 방미일정이 예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로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로

문 대통령의 이런 해외 순방 빈도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취임 후 1년간 김대중ㆍ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 6회, 노무현 전 대통령은 4회 해외 순방을 했다(이상 ‘대통령 기록관’ 기록 기준).

WHOM장관 만난 게 겨우 20번?

청와대 공식 기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만난 사람은 총 888명이다(정기 회의 참석자 제외). 단순 셈으로 하루 2~3명 꼴 밖에 안 된다. 이는 청와대가 명확한 기준 없이 행사와 행사참석자를 공개한 탓에 나타난 오류다.

예를 들어 청와대는 지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을 대통령 참석행사로 기록했지만, 참석자는 표시하지 않았다. 한ㆍ일 의원연맹 대표단 접견이나, 정당 대표 초청 대화 등의 일정에도 참석자가 기재돼 있지 않다. 반면 10월 6일 안동 하회마을 방문 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관계자’ 등 비교적 세부적으로 참여인사를 공개했다.

심지어 주요 행사지만 공식 기록에 누락돼 있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을 맞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공식 일정 목록에는 없다.

장관 외 자주 만난 사람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7회,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4회,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4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4회
장관 외 자주 만난 사람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7회,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4회,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4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4회

청와대가 공개한 기록만으로 보면 대통령이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문 대통령의 일정에 총 20회 등장한다. 장관이 아닌 이들 중에는 ‘4차 산업혁명’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총리급)이 7차례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숫자는 실제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강경화 장관은 외교 주무 장관으로서 대부분의 정상회담에 동행했다.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청와대 기록상 18번 개최)에도 대부분 참석했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대통령과의 만남 횟수는 20회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비서실장(2회)이나 정의용 안보실장(4회), 조국 수석(기록 없음) 등 보좌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관 등 고위공무원 26.5%, 외빈 21.9%, 대사 9.2%, 국민 6.6%, 의원 등 국회 관계자 6%, 대기업/중소기업인 5.6%, 기타 24.2%
장관 등 고위공무원 26.5%, 외빈 21.9%, 대사 9.2%, 국민 6.6%, 의원 등 국회 관계자 6%, 대기업/중소기업인 5.6%, 기타 24.2%

부실한 청와대 데이터 탓에 대통령이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대략적인 경향성은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장관 등 고위공무원, 외빈 등을 주로 많났고, ‘일반 국민’과 국회의원, 기업인들을 비슷한 횟수로 만났다. ‘일반 국민’ 가운데는 학생과 청년창업자(각 5회), 학부모(3회)를 자주 만났다. 제주 4.3 희생자 유족 및 생존자, 세월호 유족, 1987년 고문치사로 숨진 고(故) 박종철 씨의 형 박종부씨, 다문화가족과도 만남을 가졌다.

WHOM외빈의 17%가 미국

미국 17%, 인도네시아 9%, 아랍에미리트 8%, 중국/일본/IOC 6%
미국 17%, 인도네시아 9%, 아랍에미리트 8%, 중국/일본/IOC 6%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균형 외교’를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첫해 미국 순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방카 대통령 보좌관 방한 행사 등이 잇따르며, 대통령이 만난 외빈 중 미국 외빈이 차지하는 비중이 17%로 높았다. 인도네시아 외빈과의 만남은 APEC 정상회담 등이 계기가 됐다.

반면 위안부 합의 등으로 관계가 경색된 일본과의 스킨십은 저조했다. 아베 신조 총리 등과의 통화는 잦았지만, 양국 모두 문 대통령 취임 이래 방한ㆍ방일 일정이 없었다. 이에 4월 1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문 대통령을 면담하며 아베 총리의 단독 방일 요청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1년이 되는 9일 처음 일본을 방문해,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은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SCHEDULE분주한 월ㆍ목요일

대통령은 휴일이 없는 ‘극한직업’이다. 토요일에도 행사가 있고, 일요일에도 늘 보고를 받는다. 대통령의 주간 단위 스케줄과 지난 1년간의 주요 일정을 분석했다.

일주일 주요 업무 시간표
일주일 주요 업무 시간표

대통령이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은 ‘월요일’과 ‘목요일’이었다. 매주 월요일엔 오후 2시 수석보좌관 회의와 정기 국무회의 주례회동이 있다. 목요일엔 외빈접견ㆍ통화와 외부 행사, 현장방문 등의 일정이 몰린다. 금요일은 각종 행사와 현장방문 등 외부 일정이 잦고, 주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요일도 사실상 업무일이다. 다음날 있을 수석보좌관 회의와 주례 회동 준비로 분주하다. 일요일 일정의 절반가량이 현안보고인 이유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장 한가한 날은 수요일. 지난 1년간 현안보고 일정이나 외빈접견 등의 행사도 적었다.

SCHEDULE연말연초 제일 바빴다

연말·연초에는 모든 사람이 분주하다.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일정이 다른 달의 서너배씩 됐다. 하루에도 일정이 대여섯개씩 몰리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했다.

물론 청와대가 공개한 취임 초기 기록이 상대적으로 부실했을 가능성도 있다. 같은 정상회담이지만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APEC 정상회담(2017년 11월)이 날짜별로 일정이 4~5개씩 자세하게 소개된 반면, 초기 미국ㆍ러시아ㆍG20 순방 때는 관련 일정이 한 줄로만 나와 있다.

대통령 주요 일정
※참고 수치: (2017년 5월부터) 7 - 27 - 21 - 29 - 16 - 105 - 152 - 116 - 144 - 134 - 108 - 118, y축(일정 수)
대통령 주요 일정
※참고 수치: (2017년 5월부터) 7 - 27 - 21 - 29 - 16 - 105 - 152 - 116 - 144 - 134 - 108 - 118, y축(일정 수)

MOMENT그 때 그 순간

OUTRO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식 대통령 일정을 분석했다. 청와대는 2017년 10월부터 한 주간의 공식 업무일정을 그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일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하는 일정이 주로 해외 순방ㆍ외부 행사 등 몇몇 분야에 제한돼 있고, 정치ㆍ국방 등의 이슈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긴급 회의 일정은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중앙일보는 보다 세부적인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청와대는 “이미 홈페이지에 올린 일정만 공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방문자 600만명의 명단을 공개 했다.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일정을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방문자 공개를 중단해, 시민단체와 소송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 일정의 전면 공개’를 공약했고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발행일 : 2018.05.10

  • 기획 정원엽, 조혜경
  • 데이터 수집 배여운
  • 디자인 임해든 디자이너, 지혜주 인턴
  • 개발 전기환, 원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