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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바이든·시진핑 첫 정상회담…경쟁과 협력의 공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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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6일 오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화상 회담 모습. [신화통신 화면 캡처, 연합뉴스]

16일 오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화상 회담 모습. [신화통신 화면 캡처, 연합뉴스]

최대 성과는 회담 열렸다는 사실 자체

경쟁해도 극한 충돌은 막을 장치 필요

화상으로 만난 미·중 정상의 첫 회담은 예상대로 팽팽한 공방전이었다. 극한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보이는 대목도 있었지만 첨예한 대립 사안에서 두 정상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194분 내내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미·중 대결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응 전략도 보다 면밀해져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첫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주요 의제들에서 견해 차이를 분명히 드러냈다. 가장 첨예한 사안인 대만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상 변경에는 반대한다”며 무력 통일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불장난하면 스스로 타 죽는다”는 비유를 동원하며 맹반박했다. 이런 양상은 대만 문제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나 인권 문제, 무역 갈등 등 모든 현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나라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음에도 공동의 도전과제에서는 협력할 것이란 신호를 보낸 부분도 있었다. 기후변화 극복 등 인류 공통의 과제에는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일치한 것이다. 구두선이 아니기를 바란다. 또한 극한 충돌을 막을 ‘상식의 가드레일’이 필요하다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미·중 갈등이 갑자기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두 나라는 치열한 전략적 경쟁을 펼칠 것이다. 이는 탈냉전기 이후 국제 정세와 역학관계의 변화를 놓고 볼 때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기존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는 측과 재편하려는 측의 대립은 언제든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두 강대국은 상식과 룰에 입각한 경쟁, 질서 있는 경쟁을 펼쳐야 하며, 제어할 수 없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회담이 성사됐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중국 매체의 표현대로 두 나라가 경쟁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이 긍정적인 신호였다.

한국은 국제적 세력 판도의 측면이든, 지정학적 측면이든 미·중이 맞닿는 접점에 있다. 미·중 대결이 격화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안보적 차원의 리스크는 물론이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나 기술동맹 구축 움직임 등에서 자칫 판단을 그르치면 경제적 이익에도 심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 모두 중시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숙명이다. 미·중 대립의 추이는 물론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제사회의 대응 방식까지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외 전략을 마련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