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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출생의 비밀' 둘러싼 억지 설정 남발

중앙일보

입력

최근 각 방송사들이 '출생의 비밀'을 둘러싸고 얽히고 설킨 인관관계를 다룬 드라마들을 앞다투어 방송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억지 설정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S 2TV의 주말드라마 〈사랑하세요?〉, 아침드라마 〈만남〉, 미니시리즈 〈나는 그녀가 좋다〉, SBS의 월화드라마〈당신은 누구시길래〉, MBC 미니시리즈〈햇빛속으로〉 등을 보면 모르고 있던 자식의 존재에 놀라기도 하고,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에 방황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설정이 매일같이 브라운관을 장식한다.

3일 첫방송을 한 〈나는 그녀가 좋다〉(극복 한준영·연출 전산)은 이복자매인 승미(이재은)과 경란(명세빈)의 갈등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요기둥이다. 경란은 최성국 회장(이영하)가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누었던 정금례(양금석)의 딸. 이들 부자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가 최성국 회장아 자신의 회사에 입사한 경란이 가지고 있던 정금례의 사진을 봄으로써 출생과 관련된 사실을 알아가게 된다.

KBS가 야심차게 선보인 주말드라마 〈사랑하세요?〉(극본 최현경ㆍ연출 김영진) 역시 주인공 상현(최수종)과 상진(김민종) 형제와 어릴 적 집을 나간 어머니(박정수)의 만남를 통해 드라마의 극적효과를 꾀한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했던 상진은 수술실의 환자가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수술칼을 던지고 병원을 뛰쳐나간다.

아침드라마 〈만남〉(극본 지상학·연출 노동렬)은 정도가 더 심하여 대를 잇기 위해 남의 자식과 바꿔치기한 딸 예원(이민영)과 대신 데려온 아들 석주(박상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SBS 일일연속극 〈당신은 누구시길래〉(극본 윤정건·연출 곽영범)의 유라(이제니)도 출생과 관련된 부분은 베일에 가리워진 인물. 아무것도 모른채 김경원(남일우)와 정신애(윤여정) 사이에서 밝게 자라났으나 미스테리한 인물 차기옥(김청)이 생모임이 밝혀지면서 파문을 일으킨다.

인기리에 종영된 MBC 미니시리즈 〈햇빛속으로〉에서도 이혼 후 낳은 자식 명하(장혁)와 친형 인하(차태현)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가 교통사고로 처음 만나 주먹질까지 한다. 또 이들 형제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수빈(김하늘)은 재벌가 첩의 자식으로 본가로부터 멸시와 구박을 받는 등 등장인물들이 모두 뒤틀린 가족관계의 전형이었다.

이렇듯 '출생의 비밀'을 이용한 드라마의 전개가 남발되는 것은 충분한 기획과 사전준비 없이 작위적으로 무리한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쉽게 시청률을 높이려는 제작진의 안일함 때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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