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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난의 행군’ 5년 동안 주민 33만 명 굶어 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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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간 식량난으로 61만 명의 인구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인구 추계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인구 손실이 발생한 것은 식량난으로 정상적인 상태에 비해 사망자가 늘고, 출생자는 줄어든 영향이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96~2000년)’ 시기에는 33만여 명이 더 죽어나갔다.

 ◆아사자 추정 가능=통계청의 북한인구 추계는 북한이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식량난의 상흔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북한 지역에서 94년부터 10여 년간 발생한 식량난으로 48만2000명이 초과사망하고, 12만8000명의 출생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초과사망은 식량난으로 정상적인 규모를 넘어 발생한 사망자 수를, 출생손실은 식량난의 영향으로 줄어든 신생아 수를 각각 의미한다.

 통계청은 북한의 식량난을 ‘슬로모션 기근’이라고 분석했다. 진행이나 회복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초과사망은 94~2005년 12년간, 출생손실은 95~2004년 10년간 지속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고난의 행군기’ 5년 동안엔 충격이 더 컸다. 해마다 5만~6만여 명이 더 죽어나갔다. 5년간 초과사망은 33만6000명, 출생손실은 9만9000명이었다. 여러 기관과 연구자가 추산한 아사자는 적게는 23만 명에서 많게는 300만 명이었다.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95~97년에 300만 명, 유엔사면위원회는 95~98년에 200만 명이 아사했다고 주장했다. 강창익 인구총조사과장은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추계한 만큼 이번에 발표한 숫자가 실제와 가장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사용한 기법은 ‘코호트 요인법(Cohort Component Method)’이다. 특정 연도의 성 및 연령별 기준인구에 인구변동 요인인 출생·사망·국제이동에 대한 장래 변동을 추정해 인구 추이를 짜깁기하는 방법이다. 기초자료는 유엔의 지원 아래 인구센서스를 실시한 1993년과 2008년의 통계. 통계청은 93년 통계를 나이와 사망률, 탈북인구, 연령별 출산율을 고려한 뒤 2008년 통계와 비교·분석했다.

 식량난은 인구구조, 주민의 신체 조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19~29세 층에서 남한 주민과 큰 격차를 보였다. 키는 남한의 같은 연령대에 비해 남자가 평균 8.8㎝, 여자가 6.5㎝ 작았다. 체중은 남자의 경우 남한보다 평균 14.3㎏, 여자는 4.5㎏ 가벼웠다. 북한 인구는 올해 2419만 명으로 남한 인구(4888만 명)의 49.5%에 달했다. 2037년엔 2653만6000명으로 정점에 오를 전망이다.

 ◆북한도 고령화 사회 진입=북한은 남한처럼 고령화 사회다. 2003년에 이미 65세 인구가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남한은 북한보다 3년 이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북한의 고령화율은 선진국이나 남한보다 낮지만 개도국이나 중국보다는 높다. 남북한이 통합하면 2020년엔 고령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된다.

 그래도 북한 고령화는 덜하다. 북한 인구가 매년 남한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2014년에는 북한 인구가 남한 인구의 50.1%로 절반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남한의 61.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북한의 인구 정점은 2037년(2653만6000명)으로 남한(2018년, 4934만명)보다 19년 늦다. 올해 북한 인구의 중위(중간) 연령은 남자가 30.1세, 여자가 33.7세로 남한보다 남자는 6.8년, 여자는 5.3년 젊다. 또 남한엔 남자가, 북한엔 여자가 더 많다. 남남북녀다. 올해 북한의 남자는 1179만 명, 여자는 1240만 명이다. 여자 100명에 남자 95.1명꼴이다. 올해 북한 인구의 기대수명은 남자 64.9세, 여자 71.7세로 여자가 6.8년 더 장수한다. 남한에 비해 남자는 11.3년, 여자는 11.2년 짧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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