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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 신예만화가 천계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금의 30대가 지난날 '캔디' 에 열광하고 '테리우스' 때문에 밤을 지샜다면 지금의 10대는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 에 열광하고 남자주인공 '현겸' 이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언플러그드 보이' 의 작가 천계영 (千桂永.29) 씨. 96년 데뷔해 이제까지 불과 3편의 작품집, 5권의 만화책을 냈을 뿐인 그는 그러나 최근 고교.대학생 대상 조사에서 거장 이현세와 함께 함께 가장 인기있는 작가로 꼽혔다.

또 현겸이가 오리온 '와우' 풍선껌 CF에 등장했는가 하면, 그의 작품속 대부분 등장인물들이 팬시류 제품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등 그의 캐릭터들은 무서운 속도로 10대들에게 전파되고있다.

대부분 만화가들이 오랜 습작시간과 문하생 시절을 거친 것과 달리 그는 1년 여의 '독학' 으로 만화가가 됐다. 이대 법학과 출신 (89학번). 창작 생활이 좋아 졸업 후 CF프로덕션에 입사했지만 '광고주' 의 성향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광고의 속성이 千씨를 숨막히게 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어릴 때부터 솜씨가 있었던 '만화' .95년 4월 사표를 내고 습작을 시작, 10개월만에 윙크지 신인 공모에 작품 '탤런트' 로 입상했다.

"다들 저보고 빠르다고 하지만 저는 그 1년이 다른 이들의 5년과 맞먹는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벌떡 일어나 그리기 시작하면 잠자기 전까지 잠시도 쉬지않았으니까요. " 작은 체구에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앳된 외모의 千씨는 타고난 외곬. 현재 윙크에 연재 중인 '오디션' 을 위해 요즘도 그는 전화 코드를 뽑아놓고 하루 15시간씩 작업한다.

'언플러그드 보이' 는 남녀고교생들이 주인공인 순정만화. '오디션' 역시 10대 뮤지션들이 주인공. '탤런트' 등 몇몇 단편도 대부분 중고등 학교가 무대다.

놀라운 것은 千씨가 이들 10대들의 감성을 정확하게 재현해 낸다는 것. 10대들의 패션.노래.꿈.학교생활이 10대의 언어로 세심하게 그려져있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아마 정신 연령이 아직 10대인 모양' 이라며 웃는다.

배경담당 서현주.스크린톤담당 윤진희.문하생 김귀옥과 안산의 한 주공아파트에 기거하며 그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3억원. 그가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부피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실감나게한다.

지난 1월에는 H.O.T의 뮤직비디오 '우리들의 맹세' 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작업반경을 넓히고 있다.

"만화가 취미이자 직업이며 꿈이자 삶" 이라는 그는 '만화가의 길을 가게해 준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 말했다. 외곬과 수줍음과 순수함. 좀처럼 세상과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이런 요소가 그의 열정과 합해지는 데서 그의 '파워' 는 나오는 듯 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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