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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미니극 새바람 부나-새 월화극 '흐르는 것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MBC가 4일부터 방영하는 8부작 월화 미니시리즈 '흐르는 것이 세월뿐이랴' (작가 정성희.연출 장수봉) 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드라마를 줄이고 공영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 고 선언한 MBC가 새해 처음으로 내보내는 미니시리즈라는 점. 바로 이전 작품인 '애드버킷' 과 '내일을 향해 쏴라' 에서 알 수 있듯, MBC미니시리즈는 젊은 연기진과 화려한 감각을 앞세운 트렌디성 드라마 일색이었다.

반면 '흐르는…' 은 중견탤런트 박근형.김윤경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전형적인 가족극. 종전 작품과 차별성이 뚜렷하다.

또한 지난해 수준 높은 작품을 다수 선보이며 단막극의 인기 부활을 예고한 MBC '베스트극장' 의 분위기가 연속극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권이상 책임 프로듀서는 "베스트극장 느낌을 살리면서 미니시리즈에서 요구되는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고 말한다.

드라마 촬영현장도 색다르다. 서울 성북동에 자리한 월북소설가 이태준의 생가 '수연산장' 이다. 빌딩이 들어선 도심 한복판에서 한옥을 고수하며 사는 주인공 캐릭터를 살리고자 택한 장소지만, 산문의 대가였던 이태준 선생이 글쓰던 공간을 드라마로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체험이다.

이 작품은 말기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 (박근형) 와 이를 모른 채 평생 쌓아온 불만을 이혼이란 극단적 처방으로 털어내려는 어머니 (김윤경) , 각기 나름의 고민을 안고 이 소용돌이를 헤쳐가는 딸 셋의 이야기다.

그다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집보다는 일터에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그런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애써 묻어온 어머니, 불행한 결혼으로 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딸의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의 자화상 같다.

연초부터 눈물나는 줄거리로 마음을 무겁게 하고, '옛 연인' '이혼' 등 한국 드라마의 단골메뉴에서 벗어나지 못해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공모 당선작가 정성희씨가 지난해 당선작가인 임성한씨 ( '보고 또 보고' 작가) 만큼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을지도 관심사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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