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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아침드라마 짜증-불륜소재등 구태의연한 제작 시청자무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아침드라마는 다소 허술해도 진부한 소재라야 주부들의 시선을 끄는데 유리하다? 일일연속극의 폐해를 자인하며 자취를 감췄던 아침드라마가 최근 각 방송사에서 부활됐으나 구태를 벗지 못하고있다. 여전히.불륜'이라는 소재의 답습과 작위적 인간관계에 매달리고 있어 주부들을.얕잡아본'제작이 아니냐는 비난도 적잖다.
최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가 방송3사의 아침드라마4편을 집중시청한 뒤 발표한 보고서는 아침드라마의 문제점을 강력히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모니터회의 결론은“아침드라마가 진부한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해시간과 재원의 낭비,시청자들의 시간 낭비를 유발하고 있다”고 했다. 집중시청의 대상이 된 것은 KBS1.하얀민들레'와 KBS2.유혹',MBC.길위의 여자',SBS.때로는 타인처럼'등 4편. 4편은 거의 대동소이하게 남편의 외도나 아내의 남편에 대한 편집증적 행동등 말초적 소재에 매달리고 있다.
.유혹'과.길위의 여자'는 불륜을 다루는 경우.
또.하얀민들레'는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딸로 인한 가족의 갈등을 그리고,SBS.때로는 타인처럼'은 남자 한명에 세여자라는 구도다.사랑이 인간사의 영원한 주제라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시청률을 앞세운 얄팍한 계산이 식상함을 자아낸다는 지적이다. 또 극에는 올바른 의식을 가진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고여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대사들이 난무한다.
“돈버는 재주 없는 거 다행인 줄 알아.죄많은 여자가 돈버는거 같아”(MBC.길위의 여자'),“여자들끼리 이러쿵저러쿵 입맞추지 말아.그런 날에는 혼날 줄 알아”등의 대사가 있으며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만 외출할 수 있는 아내의 모습 (KBS2.
유혹')이 그려지기도 한다.구성의 허술함도 설득력에 흠을 낸다. KBS1.하얀민들레'의 아버지(임동진)는 자상하고 모범적인데 아버지가 외도해 밖에서 딸을 낳아오고 그 일로 어머니가 일찍 숨졌다는 식이다.영주아줌마(최지민)는 사업가로 나오는데 일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고 MBC.길위의 여자'에서 정아엄마의친구(오미희)는 무용 선생인데도 한번도 무용을 가르치는 장면이안나온다.
여성들의 의식이 날로 변화하는 지금 주부는 더이상.대충'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다.그런데도 방송만은 이런 변화를 외면한채 낡은 틀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매스컴모니터회 오혜란씨는“방송사측이 현 주부들의 욕구를 파악하려는 노력없이 무성의한 제작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조만간 시청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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