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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유전진화 끝냈다/첨단기술 경쟁… 200억불 들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걸프전이 남긴 최악의 환경파괴 재앙 쿠웨이트 유전화재가 전쟁종결 8개월여만인 지난 6일 마침내 완전 진화됐다.
자베르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이날 우방 산유국 석유장관들을 포함한 8백여명의 국내외 귀빈들을 초청,쿠웨이트 최대유전인 부르간유전에서 마지막 유전진화식을 갖고 소화팀이 최후로 남은 1백81번째 유정의 불길을 잡는 현장을 지켜봤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날을 기념,임시공휴일을 선포했다.
쿠웨이트는 전체 9백35개 유정가운데 7백51개가 화재를 당해,당초 이를 모두 진화하는데 전세계적으로 유정화재 진화능력을 갖춘 8개회사 모두를 동원해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그동안 소화경험이 쌓이고 미군전차,소련제 미그기엔진등 최신장비가 속속 동원되면서 지난 4월 나흘만에 1개씩 불을 끄던 진화속도가 최근엔 하루 6개씩 진화하는 수준까지 발전,예상보다 훨씬 앞서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미제 M­60전차가 유정주변의 가스층을 단숨에 폭파하고 소련제 T­34전차 위에 미그 21기엔진을 장착한 헝가리제 최신 소화장비가 공기와 물을 뿜어 석유분출구 주변기온을 순식간에 발화점이하로 낮추는 능력을 발휘한 것이 진화시간을 단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화재진화에는 미국·영국·헝가리·소련등 10개국 16개회사가 참가,첨단기술 경쟁을 벌였다. 진화비용은 걸프전이전 쿠웨이트의 연간국민총생산(GNP) 2백80억달러에 육박하는 약 2백억달러로 추산된다.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는 현재 30만배럴수준의 하루 석유생산량을 연말까지 55만배럴,내년까지는 걸프전이전수준인 1백50만배럴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있다.
그러나 쿠웨이트 유전화재가 지구촌환경에 남긴 상처는 유정의 불길을 잡은것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치유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파괴된 유정으로부터 흘러나온 석유로 유전지역주변은 온통 습지로 바뀌었으며 걸프지역으로 흘러든 원유량만 7백만배럴로 추정된다.
이밖에 화재기간 연소된 약 2억배럴의 석유로 생겨난 그을음은 쿠웨이트 영토 곳곳에 「검은 사막」을 형성했을뿐 아니라 전세계의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유전화재로 인한 인체암유발,생태계 파괴등 장기적 악영향은 지금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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